시급한 보험모집체계의 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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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보험모집체계의 정비
  • 한창희 국민대 법학과 교수 chgm@kookmin.ac.kr
  • 승인 2021.09.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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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한창희 교수] 일반적으로 보험계약이 체결되는 과정은, 보험회사가 미리 대상소비자를 위한 보험약관을 작성하여 두고,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 방카슈랑스, 휴대폰, 콜센터 등을 통하여 보험가입희망 소비자를 발굴·접촉하는 방식을 취한다.

소비자의 보장필요와 수요를 파악하여 보험가입을 유도하고, 보험가입상품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며, 고객으로부터 청약을 받고, 모집에 따른 보수를 보험계약자에게 공개하여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고, 보험회사가 인수심사를 통해 승인하며, 보험증권을 송부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런데 이 중 어느 단계까지를 보험모집절차로 규제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유럽연합에서는 보험모집에 대하여 규율하던 보험 조정 지침(Insurance Mediation Directive)을 보험 유통 지침(Insurance Distribution Directive)으로 대체하여 2018년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새로운 보험모집 지침은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고 보험계약자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상품개발 단계에서 고객의 필요와 수요확인, 그리고 핵심설명서 등을 통한 설명의무, 보험계약자에 대한 보수공개 등 이익충돌방지, 소송외분쟁조정절차 등에 대하여 규율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보험모집규제의 범위가 보험상품제조에서 민원해결까지 확대되고, 이와 같은 일련의 절차를 통합하여 체계적으로 규율함으로써 보험계약자의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

보험모집은 보험사의 영업모델의 핵심이다. 보험회사는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모집방법을 활용한다. 전통적인 방법은 지점, 콜센터, 지정대리인과 같은 자신의 직원을 통한 직접판매와 자회사 판매회사, 독립한 보험대리점, 보험중개사, 보험설계사 등을 사용한 간접판매를 의미했다. 근래에는 기술혁신, 디지털변환, 점증하는 상호연결성, 데이터 접근, 예방적 분석에서의 진보, 변화하는 금융소비자 선호와 수권으로 인하여 보험모집채널이 전통적인 패러다임에서 보험자와 현재·잠재적인 금융소비자 사이의 다양한 범위의 직접·간접 채널로 확대됐다.

현재의 보험모집모델은 다채널 다접점이고, 전통적인 모집인을 포함하며, 인터넷·휴대폰과 같은 새로운 직접판매채널과 은행·소매업자·우체국·동호회(예컨대 자동차클럽회원, 스포츠기관, 노동조합 조합원), 가격 비교 웹사이트, 법인보험대리점(GA), 보험중개사, P2P와 같은 새로운 모집인을 아우른다. 다양한 모집채널의 증가로 금융소비자의 필요와 선호에 부응할 수 있게 된다.

유럽연합에서는 보험종목에 따라 모집채널의 비중이 다르다. 손해보험의 경우에는 크로아티아, 룩셈부르크, 핀란드에서는 종업원을 통한 직접판매와 원격판매가 주를 이루지만,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는 대리점과 보험중개사(상대적으로 낮음)가 비중이 큰 채널이고, 특히 이탈리아, 폴란드, 포르투갈, 터키와 같은 국가에서는 방카슈랑스가 가장 일반적인 채널이다.

반면 생명보험에서는 영국, 슬로베니아, 그리스, 폴란드, 룩셈부르크에서는 모집인이 가장 중요하고, 다수의 유럽 시장에서는 방카슈랑스가 주요판매채널이며, 약간의 국가에서는 직접판매도 중요하다.

직원을 통한 직접판매와 달리, 이동전화기술과 텔레매틱스는 보험자와 소비자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장소와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최근 보험에서 채용된 기술은 ①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센서와 네트워크), 하이피스케일 컴퓨팅, 기업영업 과정경영(BPM), 인수와 보험금산정을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와 같은 데이터취득과 분석을 위한 새로운 기법, ②크라우드컴퓨팅, 불록체인과 같은 데이터 저장·작용·보안을 위한 기술, ③휴대폰, 챗봇, 로봇어드바이저, SNS, 웹사이트, 비디오콜, 비디오프랫폼과 같은 통신과 판매를 위한 기술을 포함한다.

이와 같은 기술은 첫째, 챗봇, 로봇어드바이저, SNS, 비디오프랫폼과 같이 보험자와 금융소비자가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변경한다. 둘째, 이는 판매와 보험금산정, 가격산정과 같은 보험영업 과정의 효과와 효율성을 자동화·표준화·개선하는데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셋째, 이는 텔레매틱스와 사용에 따른 지급(pay-per-use)과 같이 현존하는 보험계약을 다시 디자인하고 금융소비자 맞춤형으로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할 기회를 창출한다.

보험모집에 관한 중요한 원칙은 보험모집인이 ‘항상 금융소비자의 필요와 수요에 합치하도록 최대의 이익을 위해 정직하고, 공정하며, 전문적으로 행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신용 또는 신뢰의 최대이익원칙은 유럽연합 의 금융증권디렉티브와 미국의 증권거래법에 유래한 것이다. 금융소비자 최대이익원칙은 모집사슬에 있는 모집인은 현재와 잠재적 금융소비자의 필요와 수요를 적절히 평가하고, 적합·적정한 계약만을 제공하며, 각 상품이 관련되는 필요의 유형에 대한 설명을 내용으로 하는 전체목록을 제공할 것이 아니라 공정한 가격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보험모집규제가 추가되어야 하는 사항은 보험계약의 체결 이전에 수수료와 상여금 기타 금융상 인센티브와 비금전 급부와 같은 보수의 성격과 기초에 관한 공개와 명료성에 관한 것이다. 이 보수공개·명료성원칙은 보험회사는 금융소비자에 대한 서비스의 품질과 보험자 또는 보험모집인이 금융소비자의 최대의 이익을 위해 행위하여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인센티브 메커니즘의 부정적인 효과를 방지하는 조치를 시행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보험상품판매채널은 보험설계사 41만여명 등이 오프라인에서 보험 모집을 하는 전근대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요즘 들어 보험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거래비용 절감의 필요성 등으로 인하여 비대면판매채널과 제판분리형채널로 점차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 3월 25일부터는 금융소자보호법이 시행되어 보험회사의 모집에 관한 적합성원칙·적정성원칙, 설명의무 등이 강화됐다. 비록 적합성원칙·적정성원칙은 변액보험 등 투자성보험상품으로 그 적용범위가 제한되었지만, 은행의 대출성 상품에도 적합성원칙·적정성원칙이 새롭게 적용되는 점에 비추어, 머지않은 장래에 생명보험, 실손의료보험, 일반 손해보험상품에도 그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보험감독의 주요목적은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2019년 기준 금융민원의 52.3% 5만184건의 대부분이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것이었다. 보험모집과 관련하여 금융소비자의 최대이익을 위한 보험모집인의 일반적 의무를 설정하고, 보험모집인의 보수의 공개와 명료성에 관한 원칙을 명시하는 등 보험모집제도의 체계적인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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