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업계 꿈의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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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업계 꿈의 직장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1.08.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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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플래닛 솔직토크… 연봉·사내문화 등 기업 속사정 살펴보니
잡플래닛 홈페이지에서 교직원공제회, 지방재정공제회, 엔지니어링공제조합 등으로 검색한 모습. 평균 별점과 기업 리뷰, 평균연봉과 면접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잡플래닛 홈페이지에서 교직원공제회, 지방재정공제회, 엔지니어링공제조합 등으로 검색한 모습. 평균 별점과 기업 리뷰, 평균연봉과 면접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직장인과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잡플래닛이 화제다. ‘기업 정보 플랫폼’을 꿈꾸는 이 사이트에는 국내 40만개 기업 직원들이 직접 내부 사정을 털어놓는다. 단순한 뒷담화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장·단점과 연봉, 면접정보를 적고 총점까지 매긴다. 구직자에겐 포장 없는 기업의 민낯을 제공하고, 기업들은 안방 정보가 SNS를 타고 회자되는 것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공제업계도 ‘내부직원 평가’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잡플래닛 통해 본 공제업계 꿈의 직장을 살펴봤다.

“서울 근무, 정년 보장만 봤을 땐 좋은 회사지만 꼰대들이 너무 많고 문화가 보수적임”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회사로 추천하지 않음. 전반적으로 매우 올드함”

“항후 기업의 발전은 있어보이나 조직문화의 발전이 필요한 곳”

엔지니어링공제조합 전‧현직 직원들이 잡플래닛에 올린 기업평가 내용들이다. 장점으로 정년 보장에 따른 고용안정성, 자기계발비 등 양호한 복지 수준, 서울 강남 근무에 따른 접근성 등이 언급됐다.

반면, 단점으로는 수직적인 기업문화, 부서에 따라 일하는 사람만 업무가 몰림, 승진 체계가 없음, 사내정치 줄타기가 심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경영진에게 바라는 점으로는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를 없애주면 좋겠다”, “직원들의 불만만 듣지만 말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주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처럼 잡플래닛은 전‧현직 직원들이 솔직하게 기업의 장·단점을 평가하고 익명으로 공유하는 사이트다. 승진 기회 및 가능성, 복지 및 급여, 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 문화, 경영진 등 5개 영역에 걸쳐 5점 만점으로 평가하고 총점을 매길 수 있다.

이와 함께 총평과 장·단점, 경영자에게 바라는 점, 지인에게 기업을 추천할지 여부를 적게 돼 있다. 기업 리뷰와 함께 연봉 정보, 면접 후기 등도 제공한다.

톱10 평균 3.37점에 그쳐

직장인들이 이 사이트에 호응하는 이유는 내부 직원들이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위기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손쉽게 가입 가능하고 모든 글은 익명 처리된다. 회사에 쌓인 불만을 털어놓는 공간이자,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보며 공감하고 이직하고 싶은 기업 정보를 획득하는 용도로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잡플래닛 이용자는 매달 300만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평가한 공제업계 기업 만족도는 몇 점일까. 8월 16일 잡플래닛 총점 기준(5점 만점)으로 분석한 결과 상위 톱10에는 건설공제조합(4.1점), 한국지방재정공제회(4점), 어린이집안전공제회(4점), 대한지방행정공제회(3.9점), 한국교직원공제회(3.7점), 군인공제회(3.4점), 전국택시공제조합(3.4점), 전국렌터카공제조합(3.3점), 전기공사공제조합(3.3점), 전문건설공제조합(3.2점), 건설근로자공제회(3점),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3점), 엔지니어링공제조합(2.8점), 과학기술인공제회(2.1점)가 이름을 올렸다. 점수가 같은 곳을 포함해 총 14곳으로 이들의 평균 평점은 3.37점이다.

집계 기준이 ‘잡플래닛에 올라온 직원 평가’이다 보니 리뷰가 없거나(직접판매공제조합 등), 리뷰가 10건 이하(소방산업공제조합 / 3.4점 / 리뷰 5건)인 곳은 순위에서 제외했다.

기업마다 직원들이 올린 리뷰 숫자에 차이가 있으므로(건설근로자공제회 90건, 전국택시공제조합 10건) 사내 소통을 위한 참고자료로 보는 것이 적당하다.

다만, 전체 100여개로 추산되는 공제기관 중 40개 기업 리뷰가 올라온 점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주요 리뷰를 들여다보면 공제기관에 대한 직원들의 평소 생각을 엿볼 수 있다. 4.0점이란 높은 평점을 받은 한국지방재정공제회는 “7대 공제회 중 급여 복리후생 1위, 신이 숨겨둔 직장”이란 평가가 눈에 띈다. 서울 근무에 복지와 워라벨, 급여는 최상위권 수준이며, 사람들이 몰라서 더 일하기 편한 곳이란 평가다.

공제회 금융‧재무파트에서 재직 중인 한 직원은 “너무 유명해지면 피곤합니다. 언론홍보 줄여주세요. 조용히 이렇게 유지”라고 좋은 직장임을 재밌게 표현했다. 다른 직원들도 각각 “자녀도 취업시키고 싶은 곳”, “처음들어보는데 알고나면 놀라는 회사”, “신이 숨겨둔 직장, 계속 숨겨뒀으면 하는 직장” 등의 글을 올리며 워라밸, 복지, 연봉 등 처우가 좋다고 평가했다.

반면, “몰락하는 배. 여기보다 좋은 곳 널렸습니다”라고 혹평한 직원도 있었다. 공덕역에 가까운 회사 위치, 괜찮은 연봉은 장점이지만 그보다도 단점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는 공제회 단점으로 사업의 불안전성, 보수적인 분위기, 사내정치를 지적했다. “사업적으론 사보험사의 우리 사업영역에 대한 도전이 거세지고 있으며, 분위기는 회사 전반적으로 꼰대마인드가 팽배해 젊은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사내정치는 파벌이 있어서 라인 잘타면 원하는 자리로 인사이동, 라인 없는 직원만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주요 공제기관을 살펴보면, 자산운용 규모가 가장 큰 교직원공제회(3.7점)는 직원들로부터 “워라밸 좋고, 연봉도 적지 않고, 길고 가늘게 갈 수 있는 평화로운 공공기관”으로 평가됐다.

장점으로는 깨끗한 신축 건물에 맛있는 구내식당, 좋은 복지, 적당한 업무량, 자기계발비 지원, 정년보장 등이 언급됐다. 단점으로는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 인사적체 현상, 단순보고용 자료작성이 많아 비효율적, 잦은 감사, 낙하산 인사 등이 지적됐다.

한 직원은 “주먹구구식인 업무가 많고, 모든게 외주라서 일을 배우기는 어렵다. 어차피 어차피 열심히 한다고 돈 더주는 것도 아니고 승진 빨리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근로의욕은 별로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정년보장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동시에 언급돼 주목된다. 고용안정성이 보장되는 건 좋지만, 일 못하는 직원이 연공서열에 따라 자동으로 승진해 상급자로 있는 바람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무조건 짬 찼다고 승진하는 문화가 변했으면 좋겠다. 최소한 사고는 치지 말아야”, “자르세요..말도 안되는 문제를 일으켜도 감싸는게 맞나요?”, “일 안하는 사람 좀 걸러주길...ㅜㅜ”, “아무리 사고쳐도 절대 안잘림. 너도나도 개판쳐도 안잘림. 그런 인간들하고 함께 일하면;;” 등의 의견이 여럿 나와 눈길을 끌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직원들이 자신이 재직 중인 직장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직원들이 자신이 재직 중인 직장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3.0)는 잡플래닛 리뷰가 90개로 공제업계 중 직원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중 상당수 리뷰가 부정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주목된다. 높은 업무강도, 군대식 조직문화, 사내정치 심각, 기관 특성상 민원인(건설근로자)가 강성이라 감정노동이 심하다는 내용이다.

공제회에 대한 총평은 “연봉이 높다는 장점이 있으나, 업무강도나 회사 문화가 단점”이란 의견이 많았다. “워라밸을 잠시 제쳐두고 그나마 돈 보고 다닐 수 있는곳”, “민원의 업무량과 강도가 굉장히 강한 곳”, “아부잘하면 추천”, “국회의원보다 정치력이 향상되고싶다면 추천”, “이 회사 문제점을 쓰라면 백과사전 분량 100권” 등이다.

장점은 높은 연봉, 복지포인트, 정년보장이 언급됐고, 단점은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지적됐다.

특히 퇴직공제금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임에도 관련 안내와 홍보가 부족해 근로자와의 갈등이 항시 발생하며, 많은 업무량과 이에 비해 부족한 직원 수, 정년보장으로 인해 ‘고인물’들이 많아 하위직급에 일이 몰림, 업무 부담에 그만둔 퇴사자가 신규 입사자만큼 많다는 것이 모두 문제로 언급됐다.

경영진에 바라는 점으로는 “담당하는 업무에 비해 인력이 현저히 부족함. 인원 충원 필요”, “직원을 좀 믿고 기다려달라. 당근은 안 주고 채찍만 주니 신입들이 다 도망감”, “제발 조직문화좀 개선해주세요”, “민원대응하는 인력의 감정소모를 잘 헤아려 주시길” 등의 의견이 있었다.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이 있는 반면 직원들로부터 낮은 성적표를 받은 기업도 눈에 띈다. 공제기관 중 최저 평점을 받은 과학기술인공제회(2.1)는 비합리적인 인사평가 구조와 상명하달식 분위기, 개인 커리어 발전에 도움이 안되는 단순업무 등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서울 근무를 할 수 있고, 공제회라 잘릴 걱정 없는 것은 장점이지만,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회사 정책, 비합리적인 평가 구조 등으로 사내 기득권 세력들만 다니기 좋은 직장이란 평가다.

특히 신입이 다니기에 부적절한 직장이란 의견이 많았다. “안정적이고 편한 직장이긴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낮고, 중간관리자 및 보직자의 업무이해도가 낮으며, 상위 몇명의 발언권이 강해 이들에 의해 업무나 분위기가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타 공기업에 비해 불투명한 승진구도, 신입보다는 경력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많아 신입들이 버티기 힘들다”는 의견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 같은 직원들의 평가에 공제기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A공제회 관계자는 “공제회 규모가 작다보니, 여러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B공제조합 관계자는 “직원들의 의견이라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고, 인사 관련 문제라 딱히 답변할 수 없다”라고 일축했다.

극단적인 장·단점 없어…사내소통 의지가 관건

잡플래닛을 살펴보면 어떤 기업도 일방적인 장점 혹은 단점만 존재하지 않는다. 공제업계 최고 직장이라 불리는 곳도 애로사항이 있으며,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도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 있다. 총점을 직원들의 전반적인 만족도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1위 기업과 다니고 싶은 직장은 다르다는 의미다.

물론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런 평가들이 언짢을 수도 있다. 직원의 개인적 의견이 회사 전체의 분위기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직원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잡플래닛에서 공제업계 종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불만은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된 고충은 수직적 조직문화에 대한 것이다.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가 남아 있어 불편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불만은 정년보장 규정 때문에 일 못하는 직원이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하는 문화에 대한 비판이다. 연차만 쌓이면 무조건 승진하는 바람에 회사 내에서 문제를 일으켜도 자리를 보존하는 직원들이 있으며, 이들과 같이 일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이밖에 “일관된 정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이사진이 바뀔때마다 변경되는 정책 및 다시 시작해야하는 번거로움이 크다”, 불필요한 페이퍼워크, 비효율적 업무를 줄여달라”, “실무자를 배려해서 업무를 지시했으면...” 등의 진심어린 조언도 눈길을 끌었다.

C공제회 관계자는 “잡플래닛의 익명 평가는 기업 입장에서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직원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고 생각한다”며 “직원들의 충고를 계기로 사내 소통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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