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앞둔 공제조합 “이사장 출석 막자” 대관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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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앞둔 공제조합 “이사장 출석 막자” 대관 총력전
  • 고영찬 기자 koyeongchan@kongje.or.kr
  • 승인 2021.08.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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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기관, 국회 출신 영입해 대관역량 강화…‘인맥 방어막’ 구축
의원들도 대선 앞두고 표 의식, 조합원 반발 우려해 대립 자제
‘신의직장’ 공제 이사장, 대관담당 자리는 정치인 몫? 논공행상 전리품 지적도
국정감사 시즌 국회 로텐더홀에 모인 공무원 및 기관직원들
국정감사 시즌 국회 로텐더홀에 모인 공무원 및 기관직원들

[한국공제신문=고영찬 기자]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제기관들이 ‘이사장 출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개인택시공제조합 등 6개 육운공제와 교직원공제회가 각종 비리와 부실경영 등으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는데, 이런 상황을 막고자 대관업무에 열중하는 것이다.

특히 국정감사 ‘단골손님’이던 대형 공제기관 이사장들이 점차 국정감사장에서 자취를 감춰 주목된다. 공제기관이 대관업무를 강화하면서 국회 출신들을 대거 영입해 ‘인맥 방어막’을 확보했고, 의원 입장에서도 내년 대선 등을 앞두고 다수의 조합원을 보유한 공제조합과 대립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정감사 ‘단골손님’에서 시간낭비 ‘계륵’으로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가을 국정감사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국정감사는 9월부터 10월까지 열리는데, 공제조합은 준공공기관으로 피감기관에 속한다.

지금까지 공제조합은 국정감사에서 주로 ‘혼나는’ 기관에 속했다. 각종 비리와 부적절한 사업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매년 공제조합은 ‘이슈메이커’ 역할을 했다.

지난해 10월 국감에서는 국토교통부의 육상운송조합 6개 조합과 교육부 교직원공제회가 뜨거운 감자였다. 부실경영과 고금리 대출 등 지적이 이어졌는데, 올해도 공제조합들은 이사장 출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회의원에게 대형공제회는 대규모 조합원들을 보호하는 취지에서 대형 공제조합을 감사하면 국정감사 취지에도 부합하지만, 공제조합의 부실운영은 소관부처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어서 1석 2조의 쉬운 대상이었다.

공식적인 공공기관은 아니다보니 직접 감사대상은 아니지만 국회 출석을 거절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사장이 새로 취임하거나 선거 시즌에 맞춰 특정 인사가 임원으로 들어온 경우는 정치권의 눈에 띄기 때문에 더욱 긴장하게 된다.

그러나 국정감사 ‘단골손님’이었던 대형 공제기관 이사장들이 점차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대형 공제기관들이 대관업무를 강화하면서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국회사무처 고위직 출신들을 대거 영입해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과거 질문 하나에 답하기 위해 이사장이 오전 일찍 출석하여 오후까지 대기했던 것과 달리 임직원이 대신 참석하거나 서면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의원실 입장에서도 지적을 해도 매번 “시정하겠다”는 답변만 이어지고, 독립단체의 운영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낭비라는 인식이 커졌다.

특히 국회의원 보좌진의 경우, 별정직 공무원으로써 불안정한 신분으로 인해 피감기관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대형 공제기관에 향후 자신이 이직할 수 있고 앞서 자리를 옮긴 선배까지 있다보니 공제회를 강하게 흔들 수 있는 동력이 사라진 상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송인회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송인회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

‘밀어주고 끌어주고’, 공제기관 비판 동력 사라져

공제기관의 국회 대처법도 달라지고 있다. 전체 국민이 아닌 조합원을 대상으로 업무를 하는 공제기관 특성상 과거에는 대외업무를 위해 이사장에 국회의원 출신이나 장·차관 인사를 영입했지만, 낙하산 논란과 조합원들의 반발로 이사장은 선거를 통해 뽑고 그 대신 대관전문가를 영입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국회 4급 보좌관 출신이 피감기관으로 이직을 하면 국회에 남아있는 동료·후배 보좌진들이 해당 기관에 대한 배려를 해주고, 공제회가 주무부처를 상대할 때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5급 비서관 이상으로 4년 이상 근무한 보좌진은 적극 영입대상이다.

국정감사장에서 조합 이사장을 세워두는 모습이 이제는 해당 조합원들의 반발을 사면서 의원실에 항의를 하는 집단행동으로도 이어진다.

현직 여당 국회의원의 보좌관 A씨는 “예전에는 공제조합의 비리를 캐내면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조합이 집단행동을 하다보니 실무 보좌진들이 기피하게 되는 경향이 없지않아 있다”면서 “대형 공제기관은 대관업무를 강화하고, 택시처럼 지역 중심의 중소 규모의 공제회는 단체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선거에서 표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 이라고 말했다.

결국 공제조합을 지적할 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해당 소관부처를 통해 지적하면 의원실은 리스크를 덜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장·차관에게 직접 지적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가성비 좋은 질의가 된다.

보좌진들에 이어 국회의원도 기피하는 이유는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 본인의 지역구와 관련없이 수만에서 수십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조합을 잘못 건드리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입장이고, 비례대표의 경우에도 당으로 집단민원이 제기되면 차기 공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모습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모습

지적 대상에서 ‘논공행상’, ‘상부상조’ 관계로

대형 공제조합의 경우 정치인들이 임원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선거를 도운 공신들의 채용을 어렵지 않게 부탁할 수 있는 곳도 대형공제회이기 때문에 결국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가 되고 있다. 실제로 공제기관 임원은 대통령선거 등 굵직한 선거가 끝나면 손쉽게 논공행상을 할 수 있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공제업계에서도 정치권과 가장 밀접한 기관으로 손꼽힌다. 현직 이사장도 여권의 김상곤 전 장관으로, 직전 이사장도 총선출마를 위해 중도사퇴했던 차성수 전 금천구청장이다. 이밖에도 이규택, 문용린 전 이사장도 모두 정치권 인사였다.

김상곤 이사장은 국정감사 데뷔를 앞두고 최근 교공 상임이사로 김재수 전 국회 정책연구위원을 임명했는데, 김재수 감사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책국장과 원내기획실장을 역임한 핵심당료 출신이다. 공제기관 감사를 임명하면서 당내 적체를 해소하고 대관역량까지 강화한 것이다.

3년전 정치권에서 공제회로 자리를 옮긴 B씨는 “공제회가 안정적이면서 급여수준도 높다. 회사에서도 정무적 역할을 필요로 하니 이해관계가 맞아 서로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토부 육운 6개조합의 지급여력 비율이 모두 100이하다. 이건 보통 보험사라면 강제 경영개선명령을 내리는 수준”이라면서 공제조합의 부실운영을 강하게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일부 공제조합들은 부실운영으로 국정감사에서 이사장이 불려나가거나 혼나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보니 전문인력이나 운영개선보다 대관업무 강화를 통한 방어전략을 취하고 있다.

국감장에서 장관이 질책을 당해도 공제회 이사장의 국회 출석만 막으면 되기 때문에 사비를 들이지 않고도 인사권을 통해 공제회 돈으로 대관 전문가를 영입하는 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 시즌에는 대관 전문가들의 몸값은 더욱 오른다. 선거캠프로 가는 인사들을 영입하려면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고 기존의 소통창구 역할을 했던 내부 직원도 선거캠프로 들어간다.

모 정당의 보좌진협의회 임원을 맡고 있는 국회 4급 보좌관 C씨는 “과거에는 정치권에서 자리를 옮긴다면 청와대로 파견가거나 모시던 의원이 장관이나 기관장이 되면 함께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진출분야도 다양해지고 만일을 대비하여 가급적 좋은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는 지자체와 일반 기업에서도 대관업무를 강화하기 때문에, 선거와 국정감사 시즌이 겹치는 지금이 공제회 입장에서도 중요한 시기인만큼 선거 분위기가 절정으로 이르는 당분간은 대형공제회의 대관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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