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없으면 같이 쓰고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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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없으면 같이 쓰고 가실래요?
  • 다면 dumber421@nate.com
  • 승인 2021.08.2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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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다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친구가 하나 있다. 학교가 방학을 하고 좀 한가해져서 밥 한 끼 먹자는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마주 앉은 자리에서 친구는 나에게 어떻게 사냐고 물었다. 나는 하루에 네 시간은 집에서 일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친구는 동료 교사 중 한 명도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나는 꾸준히 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거라 했지만, 그 선생님께선 얼마 전 자의적인 판단으로 약을 끊어서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교무실의 다른 선생님들에게 없었던 일을 사실인 것처럼 문자를 보내 오해를 사는 일도 있었고,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수업과 전혀 관련없는 이야기를 했다고도 했다. 다행히 선생님을 이상하게 본 학생도 없었고 그 일로 다른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교감(혹은 교장)선생님께서 선생님을 만나 면담을 했고, 지금은 휴직 후 치료 중이라고 했다. 이런 경우 학교에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대응 매뉴얼이 없는지 물었지만 침묵만 흘렀다.

정신병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학생을 가르치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2016년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은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면하고 부정하려 해봐야 현실이다. 직업과 직군에 관계없이 우리 주변엔 정신질환자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교직원공제회의 회원들에게 심리적 문제가 생겼을 경우 심리상담치료나 심리검사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교직원공제회의 ‘마음건강 보장 공제’와 같은 상품이 더 많은 분야에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실손보험으로는 심리상담과 같은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는 보장되지 않지만 공제회에서는 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직업에 특화된 상품을 설계해 정신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코로나 이후 보건, 사회복지 등의 영역에서 우울위험군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취약계층을 돌보는 사람들마저 번아웃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변화한 사회에서 복지나 의료,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월급만으로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의 개입과 지원은 물론 공제회 등과 같은 민간 영역에서도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으며 앞에서 말한 밀접한 관계에 놓인 사람들이라면 그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울은 분명 전염이 된다. 하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게 연약한 것이라는 생각에 숨기다 보면 스스로 조절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병을 숨겨서 악화시키는 것보다는 초기에 치료받는 게 낫다. 그 과정을 통해 학생을 비롯한 다른 사회 구성원도 정신병이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며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러면 본인이나 주변 사람이 정신질환에 걸렸을 때도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내원을 권유하는 등 정신병을 관리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울한 사람은 공허하고 고독한 느낌을 받는다.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은 거 같고 ‘모든 문제를 내가 해결해야 한다’, ‘혹은 이 문제를 영영 해결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신념에 빠지기도 한다. 이럴 때 공동체에서 손을 내밀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우리 모두는 완벽한 존재일 수 없다. 취약함과 불완전성을 감추려는 시도는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간주해 공적 영역에서 배제시키는 것을 포함해서 말이다. 입원이 필요하거나 조절이 불가능한 정도가 아니라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가 나서야 한다. 그래야 개인도 적극적인 치료와 함께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삶을 회복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비는 언제든 불어닥칠 수 있다. 사람은 둘인데 우산은 하나다. 이때 우산을 혼자 쓰고 가면 나는 젖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쓰면 내 어깨가 젖는 걸 감수해야 한다. 이럴 때 같이 건넌다는 공제(共濟)의 정신이 필요하다. 서로의 어깨가 조금씩 젖더라도 함께 우산을 쓰고 가면, 나중에 내가 우산이 없을 때 도움받을 수 있다. 우산을 씌워준 사람도, 쓴 사람도 위기에 상황에 누군가 우산을 펼쳐줄 거라는 안도감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반복되는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에게 손 내밀어 줄 사람이 있다는 감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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