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 없는 총알받이’ 사회복지사 보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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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없는 총알받이’ 사회복지사 보험 필요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1.08.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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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서비스 중 폭언, 폭력에 수시로 노출… ‘트라우마, 번아웃 심각’
심리치료 시급하지만 안전망 없어, 공제보험 등 보호장치 만들어야

# 사회복지공무원 A씨는 아직도 그날의 악몽을 잊지 못한다. 한 민원인이 현실성 없는 복지 민원을 요구해 거절했더니 갑자기 뜨거운 물을 끼얹은 것이다. A씨는 당시 아기를 가진 임산부였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트라우마가 생겨 한동안 민원업무를 보기 어려웠다. 

# 사회복지사의 취약계층 현장방문 지침은 2인 1조로 움직이는 것이다. 알콜중독 등 다양한 문제가 있는 취약계층을 돌보는 과정에서 욕설, 폭력 등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 여건상 혼자 방문할 때가 많다. 사회복지사 B씨는 “여성 복지사의 경우 성희롱이나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어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종사자를 위한 공제 보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취약계층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 정작 본인에 대한 안전망은 미흡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사회복지사들의 업무 중 사고는 복지시설에서 의무 가입하는 단체상해공제(보험)로 해결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사회복지공제회는 업무 중 상해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 입원, 골절, 병원비 등을 보상하는 단체상해공제 상품을 운영 중이다. 사회복지시설 임직원 14만명이 가입해있으며, 매년 보험료 2만원 중 50%(1만원)를 정부에서 지원해준다. 

그러나 심리치료 등 정신적 트라우마에 대한 보험이나 지원제도는 전무한 상황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서 정신과 상담 및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는 수준이다.  

김정득 제주개발원 사회복지센터장은 “복지서비스 현장에는 알콜중독 등 다양한 문제를 가진 분이 많아서 이들을 상담하거나 케어하는 과정에서 감정적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사들의 정신적인 치료 및 심리지원 제도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사회복지공제회는 정부지원 단체상해공제 상품을 제공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에 대한 심리치료 등은 빠져있다.
한국사회복지공제회 정부지원 단체상해공제 보장사항. 

현장 사회복지사라면 대부분 트라우마가 남는 사건 한두번은 경험한 적이 있으며, 여성 복지사의 경우 성희롱이나 욕설, 폭력 등 위협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실제 폭력이 벌어지지 않으면 피해를 증명하기 어렵고, 취약계층을 돌보는 업무 특성상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리치료 단계까지 가기 전에 번아웃(burn out)이 와서,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대안으로 정신과 상담 및 치료를 보상하는 공제(보험)가 떠오르고 있다. 현재 단체상해보험으론 정신과 치료가 안되니 이를 보상하는 내용의 보험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보험료 절반을 부담하는 단체상해보험처럼 심리치료 보험 역시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차원에서 정부에서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감염병 등 질병에 대한 보상도 기존 단체상해보험에 새롭게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 대부분은 면역력이 취약해 질병 또는 감염병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질병이나 감염병이 사회복지사에게 전파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위험으로부터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곽경인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사무처장은 “코로나19 상황에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은 돌봄 노동이 필요한 대상자들을 직접 대면하며 필수적인 역할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보수처우, 복리후생 등이 열악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사회복지공제회에서도 사회복지종사자의 상해 및 질병에 대한 보험상품 개발을 검토한 바 있다. 다만, 사회복지사들은 급여가 낮아 보험가입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재원마련 방안 등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사회복지공제회 관계자는 “사회복지종사자를 위한 상해 및 질병보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현장에서 나오고 있으나, 보험상품 구성과 보장내역, 보험료를 누가 낼 것인지 등이 결정되지 않아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사회복지사들의 보험 재정비와 함께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보수 수준 및 근로 여건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평균 연봉은 2935만 7000원에 그쳤다. 같은 해 전체 노동자 평균 연봉(3372만원)의 87.1% 수준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복지사들이 받는 월급은 약 230만원 정도다. 1호봉부터 31호봉까지 호봉제로 임금을 받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임금이 늘긴 하지만, 다른 노동자에 비해 박봉을 받고 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등 정부 운영 시설과 서울시, 경기도 등 지자체가 책임지는 시설의 인건비 수준이 제각각이라 형평성 논란도 심각하다. 

대형 시설이나 지역아동센터나 모두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동일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사회복지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곽경인 사무처장은 “서울은 10여년간 지속적으로 어필한 결과 급여단일화를 실시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라면 어느 시설에서 일하든 같은 임금을 받는 것이 핵심이다. 다른 지역도 임금이 시설마다 제각각이라 이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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