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공제회, ‘무늬만 ESG’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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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공제회, ‘무늬만 ESG’ 논란
  • 고영찬 기자 koyeongchan@kongje.or.kr
  • 승인 2021.08.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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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외치고 환경파괴 우려 큰 골프산업 투자
사모펀드 간접투자로 M&A 관여, 혹사논란 외면하고 실속 챙겨
두산그룹 유압기기 사업부 모토롤BG
두산그룹 유압기기 사업부 모토롤BG

[한국공제신문=고영찬 기자]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무늬만 ESG’로 빈축을 사고 있다. 2019년 ESG 참여를 선언한 뒤 겉으로는 윤리 경영을 실천하고 있지만, 자회사를 통해 환경파괴 논란이 있는 골프회사를 인수하거나 사모펀드를 통해 기업지배구조에 관여하는 등 ESG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산업 전 분야로 퍼지고 있는 ESG 열풍이 공제업계에도 불고 있다. 자산운용을 하는 대형공제회 위주로 ESG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교직원공제회와 지방행정공제회는 지난 2019년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고, 군인공제회도 올해부터 자금 출자에 관해서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에 나선다.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인 지난 7월 ‘ESG전략 TF팀’을 신설하는 등 기업 경영활동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고려한 윤리경영을 하겠다는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교직원공제회는 ESG 선언 후 겉과 속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밝힌 보고서와 투자현황을 보면, 공제회에서 직접 관리하는 사업에는 특별하게 ESG에 저촉되는 문제는 없었으나, 자회사와 교공의 자금으로 출자된 기관의 투자사항을 보면 말이 달라졌다.

먼저 최근 참여한 골프용품회사 테일러메이드 인수의 경우 교직원공제회는 우회투자에 들어간 상태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1000억원을 투자하는데,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교직원공제회의 5000억원 자금을 출자하여 만든 자산운용사다.

골프는 환경파괴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는 산업이다. 골프장을 짓기 위해 산을 깎아 필드와 클럽하우스를 짓고 정상까지 포장도로를 깔기 때문에 환경이 중요시되는 ESG와는 거리가 멀다.

골프용품도 대부분 석탄·석유와 연관된 화학물질로 만들어진다. 완전기능성으로 만들어지는 골프복은 화학섬유로 만들어지며 특히 골프공은 미스샷으로 연간 5억개 이상이 물과 숲으로 사라진다는 통계가 있을만큼 숲과 바다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최근 바닷가에 인접한 골프장의 골프공이 바다로 유입되어 플랑크톤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직원공제회는 4개의 골프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다른 골프장의 투자 매입 기회도 찾고 있다.

페블리치 골프링크 인근 바다 속 골프공 속을 지나는 물개
페블리치 골프링크 인근 바다 속 골프공 속을 지나는 물개

교직원공제회는 간접투자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교공은 사모펀드에 참여하는 형식을 선호하는데,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의 목적이 오로지 수익률이며 기업을 인수할 경우 가격을 올려 되파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윤리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사모펀드 운영사가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식의 경영으로 노동자를 혹사시킨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교직원공제회는 두산그룹의 자구안에 포함된 (주)두산의 모트롤BG를 인수하는 사모펀드에도 주요 출자자로 참여했다. 모트롤 BG는 중장비 수준의 전동 유압기기를 취급하는데, 주로 군용으로 납품되어 대형 건설현장의 기계 및 차량 등으로 사용된다. 결국 대규모 개발현장과 방산업계에 투자하는 것이다.

기업 간의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공제회는 ‘큰 손’의 위치에서 경영과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사모펀드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을 인수하고 되파는 과정에서 공제회의 자금 투자가 잇따르는 것.

사모펀드의 기업인수는 되파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경영 강도가 높아지면서 혹사논란이 종종 벌어진다. 기업의 회생보다는 단시간에 어떻게 경영지표를 끌어올릴지 골몰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건실했던 기업이 무너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일각에서는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인해 자구안으로 회생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교직원공제회가 모트롤BG 인수에 출자자로 참여하는 것은 결국 실속만 챙기는 ‘체리피커’와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도 교공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2호 펀드에도 투자를 했는데, 해당 펀드는 국내 에너지기업을 악명 높은 맥쿼리에 매각한 것이 주요 성과로 내세우는 곳이다.

블라인드펀드 등 위탁의 재위탁을 거치게되면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드러난 것 외에도 추가적인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공제회는 국민연금과 함께 공적기금으로 분류되는 준공공기관이다. 상대적으로 더 큰 도덕적 책임과 모범을 보여야 할 의무가 있다. ESG의 의미를 되새겨 엄격한 기준을 만들고 이를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친환경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만큼 앞으로 완성도 높은 ESG실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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