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사업과 디지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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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사업과 디지털화
  • 이경희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영학부 교수 khlee@smu.ac.kr
  • 승인 2021.08.0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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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이경희 교수] 몇 년 전부터 화두가 된 디지털화(digitalization)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빠르게 더 깊숙히 우리 생활에 파고들었다. 디지털화는 새로운 수익 및 가치 창출 기회를 얻기 위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빅데이터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술혁신과 디지털화는 금융 및 보험의 거래 방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핀테크’, ‘인슈어테크’라는 새로운 용어가 탄생했다.

디지털화가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인식됐던 보험 분야도 빠른 속도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투자 활동에 대한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CB Insights가 2021년 2분기 기준으로 발표한 자료(Insurance Tech)에 의하면, 2021년 상반기 인슈어테크에 대한 투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 기간 투자금액은 74억 달러(약 8조 5000억원)로 2020년 투자금액인 71억 달러를 3억 달러 이상 초과했다.

주목할 만한 거래는 독일 기반 디지털 보험사 Wefox와 영국 기반 애완동물 보험사 Bought By Many로 투자금액은 각각 6억 5000만 달러, 3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 Wefox는 전통적인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중개채널인 에이전트를 활용하지만, 관리 프로세스의 거의 80%를 자동화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채택했다.

국내 보험산업 역시 디지털 전문 보험사인 캐롯손보가 출현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카카오손해보험도 출범할 예정이다. 전통적인 보험사들도 상품개발-마케팅, 판매채널-언더라이팅, 지급심사-고객관리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업무 특성이 금융‧보험과 유사하고 잠재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공제 역시 디지털화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저축은행, 수협, 신협, 전문건설공제, 엔지니어링공제 등에서도 디지털화가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언뜻 보면 디지털화와 공제라는 분야가 매치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계기로 성큼 도래한 언택트 시대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공제 비즈니스의 디지털화를 통한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조합원을 위한 디지털 교육도 동반되어야 한다. 조합원이 원하면 언제든지 소통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소속감을 높일 수 있다면 공제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기존 경성정보(hard information) 외에 표준화가 어려운 정보인 연성정보(soft information)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공제 조합원이 점차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세대로 이동함에 따라 이들 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디지털 전환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공제조직의 디지털 전략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이므로 비전을 설정하고 긴 호흡으로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배치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외부와의 협업도 필수적이라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오픈뱅킹, 지급결제 등 기술혁신은 처음에는 불확실성과 의심을 동반하였지만, 지금은 핀테크, 인슈어테크의 핵심 동인이며 측정할 수 없는 효익을 누리고 있다. 공제조합은 특성상 영리기업으로부터 소외된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디지털화를 통해 저소득층을 포함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의미 있는 과업으로 발 빠른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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