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의 상생 정신과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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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의 상생 정신과 부동산 시장
  • 류근옥 서울과기대 명예교수 klew@seoulteh.ac.kr
  • 승인 2021.07.12 08:57
  • 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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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류근옥 교수] 요즘 부동산 가격이 연일 급등하여 무주택자 젊은이들에게는 한숨과 큰 절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아무리 좋은 직장에 다녀도 월급 타서 생활하고 나머지 저축하여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소득이 올라가면서 입고(衣) 먹는(食) 문제는 거의 해결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집(住) 문제는 과거보다 더욱 암담해졌다. 옛날에는 모두 가난했지만,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면 월세나 전세 살다 집을 한 채 장만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최근 들어 집값이 갑자기 연일 오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로 저금리에 돈이 많이 풀려 이것이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를 유발했다. 이제는 정책 당국이 금리를 올리려 해도 가계 부채가 너무 많아서 대량 부도나 시장 혼란을 염려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집값은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는 않다는 심리적 불안감에 더 오르기 전에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무주택자들의 생각과 내 집이 있더라도 부동산을 더 사 놓으면 가장 확실하고 높은 투자수익을 볼 수 있다는 부유층의 이기적 생각이 결합하여 집이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집값이 오르는 상승국면에서는 공급과 수요는 더욱 왜곡된다. 집을 팔려는 사람은 당연히 줄어들게 마련이고 이는 공급 부족을 가중해 집값을 더욱 상승시킨다. 집값이 너무 비싸면 결혼하기도 어렵다. 독신으로 따로 살다 보니 세대수가 늘어나 집에 대한 수요는 전체 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늘어나는 모순이 발생한다.

다른 재화와는 달리 집은 의식주 중의 하나로 생활의 기본 요소이다. 그래서 집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고 1가구 1주택 소유는 기본 권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제한된 좁은 땅을 가진 나라에서 특정 집단이 과도하게 부동산을 소유하려는 행위로 집값을 터무니없이 올려놓고 다른 이웃은 주거난에 시달리게 한다면 이는 분명 죄악이다. 이는 오늘날 더불어 사는 상생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우리 인류가 가장 많이 읽는 성경에서도 “집을 가진 사람이 또 집을 사서 더하고, 땅을 가진 사람이 땅을 또 사서 더해가는 것은 결국 외로운 멸망의 길로 가는 화”라고 했다(이사야 5장 8절). 이런 의미에서 공제의 상생과 배려 정신이 부동산 시장에서도 부활해야 한다. 공제(共濟)는 ‘힘을 합하여 서로 돕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발 세계적 금융위기를 다시 되돌아보자. 금융위기 직전 수년간 미국 부동산 가격은 끊임없이 상승하여 많은 중저 소득층 사람들도 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느라 난리였다. 그러다 보니 매수세에 불이 붙어 집값이 더욱 상승했다. 돈을 빌려준 은행들도 부동산 담보 가치가 올라가자 비우량(sub-prime) 담보의 대출을 더욱 공격적으로 늘려 가면서 이자와 수수료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무리하게 사들인 부동산 가격 거품이 2007년부터 급속히 꺼지면서 비우량 담보대출의 부도가 속출하였고 이러한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만든 여러 파생상품도 동시에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은 대혼란에 빠졌고 금융을 지원한 은행들도 연쇄적으로 무너지면서 세계적 금융위기로 확산됐다. 결국, 수많은 사람이 다 같이 고통을 받는 공멸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것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 한국의 젊은이들이 요동치는 부동산 시장에서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온갖 빚을 내고 영혼까지 탁탁 끌어다 아파트를 사려고 뛰어다니는 것은 그들의 능력 범위를 넘어선 무리한 행동이다. 이러한 비이성적 행위는 집값을 더욱 끌어올리고 더 많은 거품을 만들어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이다.

다른 한편 부동산이 젊은이들의 영혼을 끌어다 바칠 만큼 가치 있고 높은 수익의 투자 대상일까?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FRB)의 지원으로 2017년에 캘리포니아대 호르다(Oscar Jorda) 교수가 미국 등 16개 선진국 시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 동 자료에 따르면 1950~2015 사이에 65년간 부동산의 연평균 수익률은 7.44%이었고 주식은 8.28%로 주식이 더 높았다. 다시 1980~2015년 사이의 35년간 연평균 투자수익률을 보면 부동산은 6.42%지만, 주식은 10.68%로 주식이 부동산 수익률보다 훨씬 더 높았다. 1870~2015년 사이의 145년간 수익률을 보면 주식이 6.9%이었고 부동산은 조금 더 높은 7.1%였지만 대동소이하다. 결국, 2차 세계대전 이후 생산 활동의 기업과 금융시장이 발전하면서 부동산보다 주식의 장기 투자수익률이 점점 더 높아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영대학(Wharton)의 시겔(Jeremy J. Siegel) 교수는 부동산 대신 주식에 장기 투자하라고 권한다. 또한, 투자의 귀재인 버핏(Warren Buffett)도 가치 주를 찾아 주가가 많이 내려갈 때를 기다렸다가 싸게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라고 권한다. 가치 주가 아닌 거품 자산은 궁극에는 폭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연일 오르는 아파트에는 분명 거품이 많다. 그런데 이를 영끌하여 뒤에서 무리하게 추격 매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버핏의 투자 지침과도 배치된다. 빌 게이츠(Bill Gates)와 함께 자기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나눔과 상생의 경제를 실천하는 버핏은 GEICO, General Re 등 여러 보험회사를 인수하여 보험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지주회사(Berkshire Hathaway)를 키워 왔다. 그는 나눔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보험(혹은 공제)이 자기 사업의 심장(heart)이자 영혼(soul)이라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노력하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청년들에게 심어 주어야 한다. 집값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 정책으로 공급을 적극적으로 늘려 가야 하지만 아울러 주거는 국민의 생필품이기 때문에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상생의 공감대를 확보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집값 폭등으로 심리적으로 불안한 국민에게 ‘연일 신고가 갱신’과 같은 자극적인 정보를 마구 반출하기보다는 시차를 두고 발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는 1주택 실수요자가 아닌 이기적 투기 세력에 대하여는 실질 수익률을 강하게 제어하는 장치를 계속 마련해야 한다. 또한, 주택보다 더 높은 실질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대안들이 다양화하게 개발될 수 있는 시장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다 같이 사는 공제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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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2021-07-23 09:29:44
집값이 오르게 되면 인구가 감소함에도 수요가 증가한다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기사를 읽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문상혁 2021-07-23 08:18:32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김종영 2021-07-23 01:54:22
집값 상승, 악순환 등 부동산 문제에 관한 좋은 글 감사합니다.

문준호 2021-07-23 00:00:12
결혼을 안하면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집의 수요가 줄어들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집의 수요가 늘어나는군요! 생각해보면 저도 결혼을 안해도 나중엔 가격이 싸지면 집을 사서 독립하려는 생각이 있었네요.

정지환 2021-07-22 20:36:16
현재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가구 다주택자들의 수익률을 제어하는 것 뿐만 아니라 비수도권에 인프라와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수도권에 몰리는 주택난을 해결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