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분쟁조정제도의 법률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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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분쟁조정제도의 법률적 과제
  • 한창희 국민대 법학과 교수 chgm@kookmin.ac.kr
  • 승인 2021.07.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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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한창희 교수] 금융업 가운데 보험분야는 가장 법적 다툼이 심하다. 법원에서의 금융소송 대비 보험소송의 비율은 압도적이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금융민원은 2019년 기준 8만2209건으로, 이 가운데 62.3%(5만184건)가 보험민원이었다.

보험민원 대부분은 불완전판매 관련 내용이다. 보험상품은 무형의 보험급여 약속만 있을 뿐, 지급사유가 발생하여 보험금청구절차를 취할 때 비로소 그 품질과 성능을 알 수 있다. 평범한 보험계약자가 그 실익을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보험 관련 사항은 모두 보험약관에 명시돼있지만, 보험계약자는 이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보험에 가입한다.

또한 금융겸업화, 각종 규제완화, 금융공학의 발달 등으로 통합보험상품, 특약보험상품이 일반화됨에 따라, 보험약관은 더욱 복잡해져서 보험 판매자와 계약자 사이의 정보비대칭이 심화되고 있다.

나아가 보험거래에는 일반적으로 모집이 수반되고, 이 과정에 약 41만명에 이르는 보험설계사가 참여한다. 보험설계사에 대한 보험교육이 미흡해 실제 보험상품의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채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보험모집인에 대한 실적위주의 보수체계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송 외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는 통상적인 분쟁해결제도에 대한 ‘대체적인’ 기술과 절차의 혼합적인 유형을 의미하고, 사법에의 용이한 접근과 신속하고 효율적인 분쟁해결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분쟁을 해결하는 원칙을 엄격히 법규로 정하지 않는 것을 포함한 특성으로 인하여 미국과 영국에서 확산된 비공식적인 사법이다. 이 운동은 1960년대 미국에서 탄생하여 유럽 전역에 발전된 것으로, 너무 혼잡해진 사법위기의 해결이 다른 분쟁해결조치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기초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이념은 1976년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사법행정에 대한 국민의 불만족의 원인에 관한 회의’에서 구체화되었다.

1980년 분쟁해결법 등 다수의 법률이 미국에서 제정되고 맞춤형분쟁해결절차가 성행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발전소 건설 재개여부에 국민정책숙려제도를 통한 공론화과정을 거친 것이 그 중 하나다. 유럽에서는 이 제도는 법관의 전통적 역할 또는 유럽 각국의 사법에 대한 상이한 경험으로 인한 문화적인 저항 때문에 발전속도가 느렸다. 형식과 절차의 다양성에 불구하고 대체적 분쟁해결제도는 유럽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분쟁해결기구가 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영국의 금융옴부즈만이다. 금융옴부즈만은 2000년 금융서비스시장법에 근거한 분쟁조정기구로 예산은 주로 영업행위감독청과 금융회사가 부담하고 우리나라와 달리 감독기구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35만 파운드(약 5억4810만원)의 범위 안에서 조정결정에 편면적 구속력이 인정된다. 나아가 민원은 ‘옴부즈만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그 사건의 모든 상황상 공정하고 합리적인 것을 참조하여 결정된다’는 금융서비스시장법 제228조 제2항에 따라 판례 이외에도, 금융행위감독원·건전성감독원의 규정, 가이던스, 기준, 실무, 금융옴무즈만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훌륭한 기업관행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분쟁조정제도를 통해 보험 분쟁의 원만한 조정을 돕고 있다. 올해초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2000만원의 범위내에서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는 소송제기를 금지하여 분쟁조정신청의 무력화를 방지하는 등 제도 강화를 통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그간 금융분쟁조정제도가 보험회사의 건전성감독에 치우쳐 금융민원인 보호에 소홀하였다는 비판받아온 것과 비교하면 진일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자살재해사망특약사건, 즉시연금사건, 사모결합펀드사건, 라임펀드사건, 암보험보상사건 등에서 신속한 결정과 강력한 감독정책으로 금융소비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 중이다.

금융분쟁조정제도의 장점은 판결의 신속함과 저렴한 비용이다. 정식 재판에 적절하지 않은 소액사건을 해결하는 데 적절한 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보험과 같은 높은 기술이 수반하는 분쟁에 적합하다. 나아가 조정의 문화는 소송당사자간의 소모적·적대적·장기적인 대립관계를 지양하고,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당사자 사이의 소통체널이라는 점에서 소송문화보다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한 금융분쟁조정을 위해서는 금융감독기구와 분리·독립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금융감독원내에 설치된 금융분쟁조정제도는 조정을 통한 정보가 금융감독에 곧바로 피드백된다는 장점은 있으나 공정한 조정결정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금융분쟁조정건수는 1년에 20건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8만건의 금융민원에 비해서는 너무 적어 금융민원인의 보호도 턱없이 미흡하다.

나아가 자살재해사망사건의 경우에 소송에 의한 해결에 약 10여년이 결렸고, 즉시연금사건에서는 2017년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금융회사가 수용거부로 근래에야 법원의 1심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영국의 금융옴부즈만과 같이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자는 이용우 의원의 법률개정안이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유럽연합 2013/11/EU 제7조에 따라 금융분쟁조정결정의 수용을 거부하는 금융회사를 웹사이트 등에 공개하여 금융회사의 민원발생소지를 줄이는 방안를 입법화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근래 시행된 유럽연합의 보험모집디렉티브 제15조는 회원국은 기존의 금융분쟁조정제도에 추가하여 적절하고, 효율적이며, 공정하고 독립적인 소송외 보험분쟁해결제도를 확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보험민원의 주요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오랜 기간에 걸쳐 국민의 기대를 받고 있는 금융분쟁조정제도의 활성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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