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구와 안전
상태바
인간의 욕구와 안전
  •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1.06.28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공제신문=박상범 교수] 인본주의에서는 인간의 동기는 자기도식(scheme), 자존감, 자아실현 등 인간의 내부기재에 의한 영향이 크다고 본다. 미국 심리학자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단계별로 생리적 욕구, 안전욕구, 소속과 애정의 욕구, 자존감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구분하는 욕구단계이론을 제창했다. 이를 이어받아 알더퍼는 5단계의 욕구단계를 축약해 생존(existence), 관계(relatedness), 성장(growth)의 3단계 욕구이론(ERG)을 제안했다. 모두 안전을 인간의 기초적으로 중요한 욕구로 보고 있다.

인간이 안전욕구를 추구하고자 하는 동기가 가장 기초적인 행동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안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변화가 적고 평탄해야 하며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이러한 삶이 다소 지루하고 단조로울 수 있으나 단순하고 평이한 생활이 스트레스나 근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경쟁의 도가니 속에서 벗어나 살기 어려운 구조적 틀에 갇혀 살아가게 되고 결국 사회는 변화하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를 일컬어 역동적 사회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기도 하다. 사회가 변화가 없으면 정체되고 뒤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변화와 변동이 충만한 사회는 성장과 경쟁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변화의 속도다. 사회가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면 이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고 낙오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기업이나 조직에서 적지 않은 갈등요소로 나타나는 것이 세대차이다. 세대차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것은 다 아는 사실이나 특히 X, Y, Z, MZ세대 등의 개성이 기성세대와 적지 않은 차이가 있어 세대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갈등구조를 안전이란 측면에서 분석해 보자면 세대별로 인간관계라는 측면에서 안전한 관계를 인식하고 추구하는 시각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기성세대는 인간관계를 이전세대가 해오던 방식, 조직에서 보고 배웠던 방식을 추구해 원칙 못지않게 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나 소위 말하는 신세대는 경제적 감각은 예민하고 원칙이나 규정을 앞세우고자 하는 성향을 보인다.

조직에서 기성세대는 인간사이의 관계에서 나의 안전을 담보 받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신세대는 규정이나 원칙에 따르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차이에서 기성세대는 하나의 조직에서 평생 봉직하는 것을 바람직한 직장생활 나아가 하나의 도리로 생각하고 있으나 신세대는 자신의 발전을 위하거나 필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다른 조직이나 기업으로 옮겨가는 것을 당연하고 일종의 권리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전의 많은 기업이나 조직이 종사자들의 복지를 위한 규정을 정할 때 정년까지 근무할 것을 염두에 두었고 하후상박을 미덕으로 생각하였으나 이제는 이러한 생각을 수정할 때가 온 것으로 판단된다. 종사자가 어느 정도의 기간동안 봉직하는지에 상관없이 근무하는 동안에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꿀 필요가 커진 것이다. 필자 역시 90년대 집필하였던 종업원복지론 이라는 책의 수정판을 고려하면서 가장 크게 손보아야 할 부분이 바로 이러한 측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 사회에 자주 회자되는 직장내 괴롭힘 방지, 성희롱 금지 등은 모든 조직에서 관련 규정을 두고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노력하고 있다. 관련되어 위반된 사건들 상당수는 세대 차이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기성세대원들 사이에서는 직장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던 것들이 사회가 변하고 세대별로 생각하고 느끼는 부분이 다르게 진화하다보니 갈등이나 충돌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는 기성세대가 속히 적응해 내야 할 것은 당연하다.

세대차에서 올 수 있는 갈등, 직장 내에서 있어서는 안 될 괴롭힘이나 성희롱 등 사회적으로 없어져야 할 것들 중 어느 정도는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본다면, 기성세대를 위한 변명을 작은 소리로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은 아닌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