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재공제조합 성추행 논란②] 슬쩍 복귀하는 가해자, 불안에 떠는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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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재공제조합 성추행 논란②] 슬쩍 복귀하는 가해자, 불안에 떠는 피해자들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1.06.21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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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장 ‘솜방망이’ 징계 후폭풍, 자회사 전출됐지만 9월 이후 본사 복귀
피해자들, “가해자 돌아오면 보복 당할까 걱정”, 정신과 치료 받기도
성추행 추가 제보도 나와, “여직원 데리고 여자가 접대하는 바에 끌고갔다”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자본재공제조합 성추행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보복 가능성에 떨고 있다. 공제조합 A부장이 부하직원 6명을 상대로 수년간 성추행, 폭언, 폭행 등을 한 사실이 드러나 ‘감봉 2개월, 자회사 전출’ 조치됐으나, 징계 기간인 8월 31일이 지나면 다시 본사로 복귀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운영지원팀장 재직 당시 인사업무를 담당해 직원들의 인적사항을 자세히 알고, 내부 권력자인 B상근부회장과 친밀해 징계가 끝나자마자 보복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A부장이 ‘여직원들을 데리고 여자들이 나오는 바에 끌고갔다’는 등 구체적인 성추행 정황도 추가 제보를 통해 드러났다.

▷관련기사: [단독] 자본재공제조합, ‘성추행’ 부장 ‘솜방망이’ 징계 논란

한국공제신문의 단독 보도로 촉발된 자본재공제조합 성추행 논란이 수습되지 않고 있다. SBS, 뉴시스 등 다수의 언론이 이번 사건을 다루면서 화제가 됐고, 최근 공군 부사관 성추행 등과 맞물려 관심이 큰 상황이다. 자본재공제조합 50년 역사상 이처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변의 싸늘한 시선은 그만큼 사건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자본재공제조합 A부장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하직원 6명을 상대로 수년간 성추행, 폭언, 폭행 등을 반복했다. 지난 2016년부터 노조의 직장 내 괴롭힘 설문조사가 익명으로 이뤄졌는데 A부장은 매년 가해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런 내용을 알고도 묵인해 2차 가해를 방조했다.

지난 3월 피해자 신고를 접수하고 인사위원회까지 열었으나, 징계 수위를 ‘감봉 2개월, 자회사 전출’로 결정해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징계의 핵심인 A부장 자회사 전출이 한시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자회사로 소속이 바뀐 게 아니라서, 징계 기간이 끝나 본사로 복귀하면 다수의 피해자와 다시 일하게 될 수 있다.

피해자들은 이런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 가해자가 위계를 이용해 다시 성추행을 저지르거나, 징계받은 것을 빌미로 보복에 나설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재공제조합 피해자 C씨는 한국공제신문에 보낸 추가 제보메일을 통해 “B상근부회장이 A부장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 중이라 9월 중 다시 본사로 올 것으로 예상되며, A부장 복귀시 보복 행위를 가할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부장의 자회사 전출시 B상근부회장이 해당 센터장에게 전화해 ‘가해자가 징계로 상심이 클 테니 잘 돌봐달라’고 했다”며 “수년간 직원들을 괴롭혀 온 가해자에 대한 사측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통 폭행, 성추행과 같은 민감사건 발생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은 기본적인 조치다. 만일 예정대로 A부장이 복귀해 피해자와 한 공간에서 근무할 경우 비슷한 괴롭힘 사건이 재발하거나, 피해자들의 주장대로 보복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 피해자들이 부담감을 견디지 못해 회사를 퇴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로 성추행 피해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가해자인 A부장은 반성의 기미도 없이 주변사람들에게 피해자들이 거짓말쟁이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한다.

사측은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공제신문을 비롯해 SBS, MBC 등 여러 매체가 취재에 들어가자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으나, 이미 A부장에 대한 징계를 내린 상황에서 추가 조치는 부담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재공제조합 D관계자는 “여러 매체가 이번 사건을 취재 보도하면서 경영진도 압박을 느끼고 있으나, A부장에 대한 징계를 바꾸면 자기들이 잘못 결정한 걸 인정하는 셈이라서 번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일탈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를 미리 걸러내지 못한 조합 내부 시스템과 경영진의 낮은 성인지감수성”이라며 “사측은 2016년부터 발생한 사건을 쭉 방조해왔고, 이번에 일벌백계해 개선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잘못된 판단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경영진에서 이번 성추행 논란을 경징계 처리하고, 추가 움직임에 머뭇거리는 이유는 평소 A부장과의 친분 때문이란 의견도 나온다.

복수의 공제조합 직원 말을 종합하면, A부장은 평소 상급자에게 굉장히 충성스러운 태도로 신뢰를 얻었다고 한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될 당시 모 임원이 마스크가 없다고 하자 동네 약국을 다 뒤져서 마스크 500개를 구해 차 트렁크에 넣어두거나, 해외출장 다녀올 때 아프다고 하니 속옷과 죽을 사들고 기다리는 등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상급자들이 좋아할만한 일에 앞장서는 스타일이란 것이다.

공제조합 E관계자는 “A부장은 윗사람이 기침만 해도 감기약 사오는 사람이다. 워낙 윗사람에게 잘하니 위에서 좋아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문제는 본인이 직접하는 게 아니라 밑에 직원들을 닦달해서 이런 일을 하고 그 공은 자기가 가로챈다는 것이다. 밑에 직원만 죽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경영진에서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사이 피해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한국공제신문 추가 제보에는 A부장의 성추행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도 명시됐다.

피해자 C씨에 따르면, A부장은 앞서 알려진 직장 내 괴롭힘 외에도 ‘피해자의 가슴을 주무르며 너 브라자해야겠다고 발언하거나’, ‘여직원들을 데리고 여자가 접대하는 바에 끌고가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했다고 한다.

C씨는 “회사에서는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감싸고 있으며,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사과 한마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자본재공제조합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한국공제신문에 보내온 제보 내용 일부.

피해자들은 공제조합의 추가 움직임을 원하고 있다. 가해자에 대한 합리적인 징계와 진정성 있는 사과, 주무부처인 산업통산자원부의 특별감사를 통해 이번 사태가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해 자본재공제조합 홍보팀 관계자는 A부장에 대한 징계는 정당한 절차를 밟은 것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접수 후 내부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를 열었고, 징계 결정 당시 노무사와 변호사가 입회하는 등 법적‧절차상 문제는 없었다. 그 외에는 더 이상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기계로봇항공과에 관리감독 책임과 앞으로 대응 방안 등을 문의했으나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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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신 2021-06-21 19:41:41
파도파도 괴담만ㄷ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