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_ 감사보고서 분석①] 국토부 공제조합 8곳, ‘채용비리’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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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_ 감사보고서 분석①] 국토부 공제조합 8곳, ‘채용비리’ 만연
  • 고영찬 기자 koyeongchan@kongje.or.kr
  • 승인 2021.06.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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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운송조합, ‘현대판 음서제’…이사장 낙하산 39명 채용
개인택시공제 ‘서류전형 없이 합격’, 렌터카공제 ‘지방대 출신 탈락’
국토부 지적에도 재발방지책 없어, ‘관행’으로 포장된 범죄 반복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모습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모습

[한국공제신문=고영찬 기자] 공제기관은 3년마다 주무부처 감사를 받는다. 예산, 회계, 인사 등 기관 운영의 적절성을 평가받고 미흡한 점은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공제조합들은 어떤 이슈로 주무부처 감사를 받고, 무엇을 지적받았을까. 또한 지적사항에 대해 사후 개선은 제대로 이뤄졌나?

한국공제신문은 창간 2주년을 맞아 공제조합의 최근 3년간 감사보고서(2017~2020년)를 분석하고 특징적인 부분을 정리했다. 첫 번째 순서로 국토교통부 산하 8개 공제기관에 만연한 채용 비리를 다뤘다. 

[창간특집_ 감사보고서 분석①] 국토부 공제조합 8곳, ‘채용비리’ 만연
[창간특집_감사보고서 분석②] 국토부 공제조합 10곳, ‘공제료는 쌈짓돈?'

*조사대상 8개 공제기관 (가나다 순)
건설기술용역공제조합(건설엔지니어링공제조합), 건축사공제조합,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렌터카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전세버스연합회, 화물운송사업연합회

만성적 채용비리...처벌은 주의와 경고만

국토부 산하 8개 공제기관은 예외없이 직원 채용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 특혜채용은 물론 서류전형, 면접 등 채용 전반에서 문제점이 나타났다.

화물운송사업연합회 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은 ‘현대판 음서제’가 심각했다. 공제조합 내규에는 임직원이 순직 또는 업무상 부상으로 퇴직할 경우 직계자녀를 특별채용할 수 있도록 명시돼있다. 이런 규정도 요즘 기업에서 보기 힘들지만, 더 큰 문제는 특별채용이 이사장 낙하산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제조합은 2015년 1월부터 현재까지 총 39명(2015년 16명, 2017년 1명, 2018년 22명)을 임시직(계약직)으로 특별채용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이들이 모두 이사장 추천 인물이었다. 조합 내 결원이 발생하면 일반직을 뽑는 대신 이사장 낙하산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인사전횡이 이뤄졌다. 공제조합은 2019년 국토부 감사에서 ‘경고’ 처분을 받았다.

다른 공제조합도 채용 비리가 심각했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경우 서류접수를 하지 않고 서류합격자 명단에 없던 인물을 최종면접에 넣어 합격시켰다. 사실상 조합 마음대로 낙하산 인사를 한 것이다.

공정하지 못한 채용 비리가 여러번 누적되자 국토부는 조합 담당자에게 견책 이상의 징계 처분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인사담당자를 견책 조치했으나, 추가 징계없이 다른 지부로 옮겨서 근무하게 했다. 지부와 조합 인사가 서로 순환보직인 것을 고려하면 징계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전세버스연합회는 이사장 추천으로 최저근무기간에 미달한 자를 승진시켰다. A지부의 이사장은 승진대상자가 48명임에도 본인의 조카를 승진시켰고, B지부 이사장은 자신의 아들을 승진시켜 논란이 됐다.

특히 인사위원회 참석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가 위원회에 참석해 직원 채용에 관여하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예컨대 전체 6명의 인사위원 중 이사장, 인사담당자 외에 시도 지부장이나 이사장 친인척이 참석하는 등 ‘내맘대로 채용’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주의와 시정조치 등 솜방망이 처분만 내렸다.

서류 검증 안하고, 지방대 출신 탈락시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공개채용 과정에서 채용관리규정과 인사기본규정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채용으로 주의와 경고조치를 받았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손해사정사를 특별채용하는 과정에서 제출서류 검증 업무를 소홀히하여 국가유공자 지원법에 따른 취업지원대상자가 아님에도 기관의 확인없이 면접대상자로 결정했다. 이 지원자는 기산점을 받아 등수가 소폭 조정됐지만, 이로인해 합격자가 바뀌지 않아 국토부 주의와 경고조치만 받았다.

전국렌터카공제조합은 신입직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대학서열화를 통해 부적절하게 출신학교와 학과 등에 백분위 점수를 부과했다. 다른 평가 점수가 높은 지원자들이 불합리하게 탈락하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채용과정에서 전형단계별로 적합한 산정 점수에 가중치를 곱하여 산정한 뒤 최고점자 순서로 합격자를 결정해야 하지만, 면접점수 산정을 소홀히해 불합격자 2명이 합격됐다. 렌터카공제조합도 국토부 주의와 경고처분만 받았다.

최근 건설엔지니어링공제조합으로 이름을 바꾼 건설기술용역공제조합은 2017년 5월 채용공고를 내 89명이 지원했으나 조합이 원하는 지원자가 없다는 이유로 채용을 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8년 2월 채용공고에서 서류전형 합격자 중에 단순히 2017년 면접전형 불합격자라는 이유로 2명을 탈락시켜 국토부 감사에 적발됐다.

또 일반직 2급 특별채용이 공개채용으로 진행돼야 함에도 내부절차를 통해 공제사업 부문 직무대리를 임용한 경우도 있었다.

건축사공제조합은 5급 대리 특별전형 과정에서 응모자격에서 정한 경력기간에 부합하지 않은 응시자 등을 서류전형에서 합격처리하고 면접대상으로 선정한 뒤 경력이 2년 8개월이 부족한 인물을 임용했다. 이 역시 주의와 경고조치만 받았다.

대동단결 ‘모르쇠’, 부실한 관리·감독에 구조적 문제까지

국토부 산하 공제기관들의 채용 비리가 만연한 이유는 내부 관리·감독 시스템이 미흡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사장 친인척 채용은 물론 최종면접 단계에서 서류전형에 없던 인물이 느닷없이 나타나 합격되는 등 ‘낙하산 인사’가 비일비재했다. 이런 내용은 내부 감사에서 걸러내거나, 문제가 드러난 후 개선돼야 하지만 다들 쉬쉬하는데 급급했다.

또한 이사장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사장 혹은 시도지사장 등 임원급이 인사청탁을 할 경우 담당자들은 이를 거절하기 난감하다.

특히 조합의 사무실 구조상 인사담당자와 이시장 또는 임원의 친인척이 함께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부감사에서 채용비리 책임을 이사장에게 묻고자 해도 조합원들이 선출한 이사장에게 외부인이 처벌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도 결국 이사장이 지시한 업무이기에 경징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국토부의 솜방망이 처벌도 공제기관 채용비리 확산에 일조했다. 채용비리가 발생하면 일벌백계하고, 추가 모니터링 등 제대로 개선됐는지 감시해야 하는데, 주의 견책 등 경징계에 그치니 공제기관 입장에선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있다는 전언이다. 지금보다 징계 수위를 높이거나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만, 주무부처에서 직접 개입할 경우 과도한 간섭이 될 수 있으므로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

공제기관들의 안이한 태도도 채용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다. 이사장 낙하산, 임직원 자녀 특혜채용 등은 요즘 현실과 맞지 않는 부적절한 관행임에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조합들이 여전히 많다.

실제로 개인택시‧법인택시공제조합은 국토부에서 친인척 채용을 계속 지적하자, 지역 지부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점을 이용하여 다른 지부의 친인척을 서로 채용해주거나 징계대상자가 중징계로 업무가 어려운 경우 다른 지부로 자리를 옮겨주기도 했다.

국토부 감사에 따른 후속조치도 미흡했다. 취재 도중 공제기관들은 채용비리에 따른 후속조치를 문의하면, 담당직원이 모른다고 하거나, 담당자가 아니라며 다른 직원을 바꿔주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택시공제조합은 관련팀 전원이 서로 담당이 아니라고 답하기도 했다.

공제기관의 채용비리는 해묵은 문제다. 내부 관리·감독이 되지 않아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공제협회 설립을 통한 업계 자체 관리감독 강화는 물론 조합 내부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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