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일까, 모르는 것이 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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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일까, 모르는 것이 약일까.
  • 방제일 zeilism@naver.com
  • 승인 2021.06.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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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방제일] 매년 6월에는 생일이 있어 이런 저런 선물과 축하를 받는 재미가 있었다. 더불어 초여름의 날씨는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아 야외활동을 하기에 최적이다. 그래서 6월은 내게 기쁨과 기대가 공존하는 달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6월은 기쁨과 기대보다 불안과 초조만이 가득한 한 달이 됐다.

가장 큰 것 한 해가 벌써 반 가까이 지나갔다는 불안이다. 아직까지 새해 다짐을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지도 못했는데, 시간은 왜 이리도 빠른지. 이러다가 2022년이 되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과 피로가 몰려온다. 여기에 피할 수 없는 지출이 돌아오는 달, 그것이 바로 6월이다.

매년 6월에는 자동차세를 내고 보험을 갱신해야 한다. 이번에는 얼마나 나왔을까. 둘 다 생각보다 큰 지출이기에 5월부터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러나 생활 습관이나 소비 패턴을 바꾸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울까. 카드값의 악순환 고리는 여전히 굳건하다.

그러다 나는 왜 이렇게 매달 매달 허덕이는 것일까. 다들 나처럼 살고 있는 건가, 아니면 나만 이렇게 허덕이며 살고 있을까란 고민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구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의 절약의 달인이자 재테크의 귀재인 친구에게 보험과 세금, 나아가 재테크 등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단순한 조언을 듣기 위한 저녁 자리에서 2시간 내내 혼나기만 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자동차 보험은 매년 다이렉트 보험을 찾아서 각 보험사마다 손익 비교를 해보고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나처럼 관성으로 갱신을 하면 고객이 아닌 호갱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보험사마다 보장이 같아도 보험료는 20-30만원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 그의 설명. 녀석의 말을 듣고 검색을 통해 직접 산출해보니 실제로 그랬다. 그동안 난 관성에 젖어 어쩌면 내지 않아야 할 돈을 냈나란 생각에 속이 쓰렸다. 여기에 자동차세도 마찬가지다. 6월이나 12월 두 번에 걸쳐 나오는 줄만 알았는데, 1월에 미리 내면 약 10% 정도 세금 감면이 된다고 한다. 그의 말에 내가 사족을 달았다.

“1월에는 현금이 부족해, 새해라 나가야할 돈들이 좀 있어서...”

순간 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분명 욕을 한바가지 하고 싶지만 참는 표정이었다. 그는 차분히 세금을 카드로, 그것도 할부로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내게 전했다. 그리곤 덧붙였다.

“자동차세든 보험이든 카드 혜택까지 꼼꼼히 찾아보면 절세도 되고, 이득도 돼. 또 세금은 카드사 포인트로 낼 수 있으니까 신용카드도 잘 알아보고 쓰고. 대체 언제까지 철부지처럼 살래?”

그의 말에 나는 입을 닫았다. 그와 나의 인생 시작점은 거의 같았다. 그도 나와 같은 해 6월에 태어났으니 말이다. 근데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가 나보다 어른으로 살고 있다. 결혼도 나보다 7년이나 일찍 했다. 그뿐인가. 이미 두 아이의 아버지다. 반면 나는 작년에 결혼해 아직까지 결혼생활도 경제활동도 그에 비하면 초보나 다름없다. 아이는 언제 만들어 언제 키울지 요원하다. 주식이나 재테크는커녕 당장 밀려드는 각종 세금과 카드값 막기도 버겁다.

어쨌든 그에게서 나만 몰랐던, 어쩌면 모르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무겁다. 삶에 대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산으로 향한다.

‘과연 아는 것이 힘일까, 모르는 것이 약일까.’

내가 지금까지 몰랐던 것들에 대해 자꾸 알게 될수록 기쁨보다 슬픔이 몰려온다.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계산하면서 살아야할까. 그냥, 단순하게 살면 안 될까.

안 되는 것이겠지. 그의 말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철부지처럼 살아갈 수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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