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주택관리사협회, 특별법 개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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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는 주택관리사협회, 특별법 개정 스토리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1.04.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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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 발의… 입주민 갑질 근절, 주택관리사 임기보장 등 명시
국회 통과 가능성 높아, 2년 연속 공제 관련법 개정 성공할 듯
이선미 협회장 취임 후 논의 급물살, 국토부‧국회의원 등에 적극 어필
주택관리사 ‘갑질 사망’ 계기로 처우개선 속도전, 대국민 호소문 등 전략적 행보 ‘눈길’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공동주택 관리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지난해 3건의 주택관리사 사망 사고로 촉발된 입주민 갑질 문제를 공론화하고, 입주민 갑질 근절 및 주택관리사 임기보장 등을 입법 추진한 결과, 여야 양쪽에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

지난해 한차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그만큼 주택관리사 처우 개선이 시급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어필한 협회측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이선미 주택관리사협회장 취임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 작업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월 30일 주택관리사 갑질 피해 방지를 위한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공동주택 관리소장의 업무에 대해 입주민들의 부당간섭 배제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민 등으로부터 갑을관계를 이용한 위력 행사 및 부당간섭, 혹은 법령을 위반한 업무지시 등이 계속 벌어지는 상태다.

개정안은 입주민 부당간섭과 업무방해 등 금지행위 유형을 구체화하고, 해당 행위가 발생할 경우 관리소장이 즉각적인 중단을 요청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갑질방지 규정을 강화했다.

또한 현재는 부당간섭 발생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조사를 의뢰할 수 있으나, 실제 조사가 더디게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 “사실조사 의뢰를 받은 지자체장이 지체 없이 조사에 착수하고 필요시 수사기관에 의뢰하며, 그 결과를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소장 등에게 통보하라”고 명시했다.

여당에 이어 야당에서도 지난 2월 22일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입주자대표회의‧입주민과 관리사무소장‧경비원 등 근로자간의 갑을관계로 인해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명령과 간섭이 빈번하고, 최근 관리사무소장의 죽음으로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이명수 개정안’은 우선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주택관리법 또는 관계법령에 위반되는 의결을 못하도록 하고, 그러한 의결로 입주자 등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는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또 관리사무소장을 배치하는 자는 공동주택의 효율적인 관리에 필요한 범위에서 관리소장의 근로계약기간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승인받은 예산안 등의 집행에 대해서는 의결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관리소장 업무에 대한 부당간섭 배제 주체에 입주자 등을 추가하고,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자 등이 부당한 지시 또는 명령을 할 경우 이행거부 및 사실조사 의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군수·구청장은 사실조사 결과 범죄혐의 등이 있으면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다.

이명수 의원은 “입주자대표회의·입주민과 관리사무소장·경비원 등 근로자들 간의 ‘갑을관계’로 인해 업무 이외의 부당한 지시·명령과 간섭이 빈번하고, 최근 관리소장의 죽음이 약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미흡한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이들에 대한 실질적 보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전했다.

이선미 대한주택관리사협회장과 하원선 서울시회장이 ‘故 이경숙 주택관리사 피살 사건 가해자 엄벌 촉구 탄원서’ 630부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하고 있다.
이선미 대한주택관리사협회장과 하원선 서울시회장이 ‘故 이경숙 주택관리사 피살 사건 가해자 엄벌 촉구 탄원서’ 630부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하고 있다.

2년 연속 특별법 개정 코 앞, 숨은 비결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은 양 당에서 동시 발의됐기 때문에 국회를 통과할 공산이 크다. 보통 이런 경우 2개 법안 중 중복되는 내용을 우선 통과시키고, 나머지를 조율하는 형태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또 한번 국회를 통과할 경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공제 관련 특별법이 개정되는 것이다. 많은 공제조합들이 내부 이슈에 대해 의원입법으로 법 개정에 나서도 번번이 실패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런 배경에는 주택관리사협회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주택관리사협회는 지난해 3차례의 주택관리사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하자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지난해 5월 주민 갑질로 아파트 경비원(故 최희석 씨 사망 사건)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의원 입법과 정부부처 협의, 6만여 주택관리사 명의로 대국민 호소문 발표 등을 추진해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이끌었다.

개정안에는 아파트 근로자의 ‘경비업법 적용 제외’, ‘경비원 업무범위 현실화’, ‘관리사무소장 업무 부당간섭 배제 구체화’, ‘입주민 부당지시 및 갑질 행위시 1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관련기사: [케이스스터디] 주택관리사협회, ‘경비원 보호법’ 개정 비결은?

지난해 10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관리소장 피살사건(故이경숙 소장 피살사건)이 발생하자, 피살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전국 주택관리사들의 국회 앞 1인시위를 이어가는 등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주택관리사무소장의 업무상 독립적 지위 보장 ▲책임있는 집행을 위한 신분 보장(최소 임기제) ▲갑질 처벌 강화(가중 처벌 등) 등을 강력 요구했다.

▷관련기사: 관리소장 피살사건, 주택관리사 독립성 강화 논의로 번져

이선미 주택관리사협회장.
이선미 주택관리사협회장.

특히 이선미 주택관리사협회장이 올해 1월 1일 취임하면서 “주택관리사를 포함한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들에 대한 부당간섭 배제 및 갑질 근절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한 뒤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 협회장은 국회와 국토부를 수없이 방문하며 의원 설득 및 법 개정 작업에 매진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김교흥 의원실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공동주택관리제도 발전 방향’ 및 ‘주택관리 종사자 근로여건 개선’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우리나라 주택의 77%는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 등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 형태로 이뤄져 있다. 이런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주택관리사 제도는 지난 1997년부터 도입됐으나, 그 책임과 역할에 비해 처우와 근무환경 등은 매우 열악한 상태다.

협회에 따르면 주택관리사는 취업 이후에도 평균 근무기간이 12개월 미만일 정도로 고용 불안정이 만연해 있으며, 일부 공동주택에서는 1년 동안 관리사무소장이 수차례나 바뀌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아파트 근로자에 대한 입주민들의 갑질 문제도 오래 전부터 반복돼왔다. 2015년부터 2019년 6월말까지 5년간 공공임대주택 관리사무소 직원과 경비원에게 입주민이 가한 폭언과 폭행은 약 3000건에 달한다. 이는 공공주택에만 해당하는 수치로, 민간아파트까지 포함하면 수만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면 주택관리사의 고용안전성과 전문성, 윤리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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