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업이 꼭 벌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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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업이 꼭 벌어야 할 것
  • 남상욱 서원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보험교육연구원 대표) sangwooknam@hotmail.com
  • 승인 2021.05.03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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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남상욱 교수] 같은 단어라도 나라마다 그 속뜻이 달리 쓰이는 것이 많다.

이를테면 애인(愛人)이 그렇다. 우리는 말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애인이라 부른다. 국어사전에는 서로 애정을 나누며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아이런(爱人)이라 하면 아내 또는 남편을 말한다. 부부는 사랑하는 사람이니 원뜻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우리는 남편이나 아내를 애인이라고는 부르지는 않으니 차이가 있다. 물론 세상사 모르는 일이니 우리나라에서도 서로 애인이라 부르는 부부도 있겠지만 흔하지 않다.

또 일본에서는 불륜의 상대를 애인이 부른다. 그들의 발음으로는 아이징(あいじん)으로, 속뜻이 우리나 중국과는 다르다. 일본에서도 예전에는 애인이라 하면 사랑하는 사람으로 통했다고 한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 후 차츰 부부지간이 아닌 이와 몰래 정을 통하는 불륜의 상대를 지칭하는 것으로 뉘앙스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래 뜻하던 사랑하는 사람은 연인(恋人), 고이비토(こいびと)로 정착되었다 한다.

언어의 사회성이라고 할까, 언어는 한 사회 한 시대의 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요즘 개인이나 기업이나 또 나아가 국가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다. 신뢰는 각자가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서로 애틋해야 한다. 일본의 아이징이 아닌 우리나라의 애인으로 말이다. 물론 더 나아가 중국의 아이런이 되면 열매가 맺어진 것으로 이보다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결혼 후 부부싸움도 하고, 또 일부일처제에서 다른 이를 사랑하면 큰 문제가 생긴다. 거기다 몰래 하다 들키면 아주 사단이 난다.

아무튼 개인은 개인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개인 간 또 소비자 그리고 시장으로부터 받는 신뢰는 무척 중요하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국민으로부터 받는 신뢰, 국가 대 국가 간 신뢰는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가장 무겁고 또 무서운 잣대이기도 하다.

원래 신뢰는 믿고 의지하는 것이다. 믿으면 기대게 되고, 기대면 편해진다. 그리고 편하면 마음이 열리기 마련이다.

신뢰를 뜻하는 영어 트러스트(trust)는 위로와 위안, 따뜻하게 마음을 감싸주는 사람을 뜻하는 독일어 트로스트(trost)에서 왔다.

힘들 때나 어렵고 곤란할 때 포근하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그에게 안기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지 않을까 싶다. 위로를 받으면 자연스레 의지하고 믿게 된다.

그런데 스위스에서는 이 신뢰를 이렇게 정의한다고 한다.
“신뢰는 벌어야 하는 것!”

즉, 신뢰는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전에 스위스 무역투자청 대표가 일갈한 것인데, 순간 묵중한 펀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했다. 신뢰는 받는 것이 아니라 벌어야 한다는 말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자문해 보자.
우리 공제업은 지금 신뢰를 벌고 있는가?
우리 공제업은 그저 신뢰를 개인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만 여기고 있지 않은가?
우리 공제업은 상대방이 기꺼이 우리 공제를 믿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공제는 신뢰를 먹고 산다. 공제조합원의 신뢰가 가득해야 호흡할 수 있다. 공제기관과 조합원이 서로 믿고 의지하는 애틋한 애인 사이가 되어야 한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세상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이럴 때일수록 작게 보지 말고 크게 보면서 경영 신뢰를 벌어야 한다.

시작을 낱말 이야기로 했으니, 하나 더 소개하고 글을 맺겠다.
마담 보바리로 유명한 프랑스의 문호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단어 풀이다.
“바보 : 당신처럼 생각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
바보는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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