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운하 사태②] “천문학적 보상없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보상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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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운하 사태②] “천문학적 보상없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보상문제
  • 고영찬 기자 koyeongchan@kongje.or.kr
  • 승인 2021.04.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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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운하, 화물지연, 제3자기업, 에버기븐 자체피해까지 쟁점 수두룩
이집트 법원 “日쇼에이기센, 9억1600만달러(약 1조원) 배상” 명령
‘선박소유자 책임제한’ 적용되면 최대 1200억, 조(兆)단위 보상 없을 듯
더 받아내려는 기업들, 덜 내려는 쇼에이‧보험사…보상문제 세분화‧복잡해질 전망
철야로 진행된 에버그린호 구조작업. 수에즈운하관리청 제공
철야로 진행된 에버그린호 구조작업. 수에즈운하관리청 제공

▷‘[수에즈운하 사태 ①] 에버기븐호 좌초, 어떻게 발생했나?’에 이어

[한국공제신문=고영찬 기자] 이집트 수에즈운하에서 좌초했던 에버기븐호가 인양되고 수에즈운하의 통행이 재개되면서 보상문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 에버기븐호는 이집트 항구에 정박하여 사고원인 조사를 받던 중 배상금 지급 문제로 인해 당국에 의해 압류된 상태다. 피해보상은 선사인 일본의 쇼에이 기선과 운용사 대만 에버그린에게 요구되고 두 회사는 보험사를 통해 보상문제를 풀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사고가 발생한 수에즈 제1운하의 경우 제2운하에 비해 너울성 파도로 인한 저속운행 문제와 운하통행료 대비 부족한 시설 관리가 지적되면서 이집트 당국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결국 책임은 온전히 선박과 선주가 지게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는 무역손실액을 하루 약 6조 8000억에서 11조 3000억으로 추산했고 해운정보업체 로이드리스트는 아시아와 유럽간 화물운송 지연피해가 10조원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화물이 지연된 대기 선박과 희망봉을 경유한 화물선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운행대기와 우회 모두 스스로 선택한 것이므로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다만 좌초 과정에서 선박이 손상되고 실려있는 동물이 죽는 등 에버그린호의 자체피해는 보상절차를 밟게 된다.

유럽의 경우 대부분 공장에 재고를 두지 않고 공정에 맞춰서 공급받는 ‘적시생산방식(JIT)’를 채택하고 있다. 피해를 본 제3자 기업이 화물선에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으나 대부분 돌발상황을 대비하여 3개월정도의 물량을 비축하기 때문에 기업이 물류지연 피해로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내 해상법으로 저명한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화물지연 배상에 대해 “화물은 모두 컨테이너 안에 들어있고 배가 침몰하거나 컨테이너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서 물적 손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연손해도 운송인이 언제까지 도착하겠다고 명시하지 않았다면 배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선두의 모래를 파내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수에즈운하관리청 제공
선두의 모래를 파내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수에즈운하관리청 제공

이번 사고에 대해 처음으로 포문을 연 곳은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이다. 2일 SCA는 운송료, 준설 및 인양작업, 운하파손에 따르는 복구비용, 장비 및 인건비 등으로 10억 달러(약 1조 1000억원)를 청구했고 13일 이집트 법원은 쇼에이기센에 9억 1600만달러(약 1조 267억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보상문제는 주로 보험을 통해 이뤄진다. 선박과 회사가 다양하고 제3자 기업에서 물류피해 보상을 요구할 경우 보험사와 재보험사가 겹치는 경우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에버기븐호 측으로 피해보상청구가 접수되면 선사는 보험을 통해 처리하고 보험사는 재보험을 통해 피해부담을 나누게 된다.

이번 보상문제 핵심은 ‘선박소유자책임제한’이다. 선박사고의 경우 한번 발생하면 피해규모가 크기 때문에 선주의 책임을 한정하는 제도다.

현재 에버기븐호의 선주 쇼에이 기센은 76년 의정서를 채택한 일본에 소속되어 있어서 최대 1200억원까지 책임을 지게 되는데 선주는 보상금액을 최소화하고자 일본을 떠나 책임제한액수가 더 낮은 국가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조(兆)단위의 천문학적 피해보상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선박소유자책임제한이 실시되면 일본 기준으로 1200억원의 보상금을 피해규모만큼 나눠가지게 된다.

현재 일본 쇼에이기센과 대만의 에버그린이 최소 2400만 달러(약 271억원)를 배상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에버기븐호 좌초로 발생한 운하 통행료 손실과 구조비용 등으로 법원의 배상명령을 받은 이집트 당국의 배상요구가 선박소유자책임제한에 온전히 포함될지가 관건이다.

에버기븐호가 건조된 일본 이마바리조선소. 이마바리 제공
에버기븐호가 건조된 일본 이마바리조선소. 이마바리 제공

쇼에이기센은 보험사와 변호사들과 배상금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으나 현재까지 정리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보험사인 영국의 UK클럽은 고액 배상금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UK클럽은 “우리는 에버기븐호가 운하를 막거나 운하에 발생시킨 문제 등에 책임을 질 뿐, 배 자체와 실려있는 화물에 대한 보험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수에즈운하와 관련한 사안이 신호탄이 되어 보험 배상 쟁점이 화물과 관련한 사안 등이 분리되면 보상문제는 더욱 세분화되고 복잡한 양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계속>

* 3편에서는 수에즈운하 좌초사고 이후 글로벌 파급효과 등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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