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없는 보험에 가입할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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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없는 보험에 가입할 사람은 없다
  • 다면 dumber421@nate.com
  • 승인 2021.02.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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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다면] 가족이나 친척, 마을사람과 같은 공동체는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서로 돕고는 했다. 마을에 홍수가 나면 힘을 모아 무너진 집을 치우고, 누군가 상을 치르면 함께 밤을 새고 일을 도왔다. 이러한 협업은 재난이나 질병 같은 비교적 커다란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작동했지만, 일상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사가는 사람이 있으면 짐을 옮겨주고, 농번기에는 모두 모여 한 집씩 번갈아가며 모내기를 하기도 했다. 지금처럼 명확한 개념의 보험은 없었더라도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보험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자신이 베푼 호의가 나중에 위기 때 되돌아올 거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연재해나 전쟁과 같은 재난을 개인이 감당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했다. 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 비롯됐지만 사회보장제도가 발전되기 이전부터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었다. 공동체의 일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나서 해결한다는 의식이 전제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재난이나 질병을 대비해 보험을 들고, 장례를 대비해 상조에 가입할 수 있지만, 아플 때 돌봐주고, 슬플 때 곁을 함께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의 재난은 이전과 같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재난은 일상화, 다양화됐다. 태풍과 집중호우 등의 자연재해로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에게는 분명한 재난상황이지만, 안전한 공간에 있는 사람에게는 불편함으로 지나간다. 일상적인 빈곤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노동력으로 벌 수 없는 수준의 부를 늘려가는 사람도 있다. 자산이나, 고용 형태의 차이가 재난 상황이 왔을 때 버틸 수 있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을 나누는 셈이다. 이처럼 시작과 끝이 예견되어 있지 않은 재난 상황에 재난의 심각성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전처럼 공동체가 발 벗고 도와주는 방식이 작동하기 힘든 것이다. 함께 하는 삶의 가치는 줄어들고, 재난을 버틸 수 있는 자산과 사회적 지위의 중요성이 커진다.

공동체가 재난 상황을 통제하지 못할 때 그 필요성에 의문이 생긴다. 국가는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상황에 복구 인력을 투입하고, 재정적 지원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일상화 된 재난을 적극적으로 극복할 국가의 리더십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사회보험도 한계를 보인다. 위기 상황에 도움이 절실한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들은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존의 사회복지 시스템만으로는 보호해주지 못해 별도의 지원 정책을 만들어야만 하기에 지원 시기가 늦어지고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4대 보험을 납부하고 있는 공무원이나 근로자들은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어 세금을 내기만 하고 돌려받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는 세금 납부 및 증세에 거부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힘들 때 돕는 것이 공동체의 이득이 된다는 믿음에 금이 가고 있다.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집단끼리 뭉치고, 노동보다는 자본에 투자하는 등 각자도생의 삶이 강화되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 및 공동체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각자도생과 강요된 희생이 아닌, 통합과 신뢰를 통한 위기의 극복과 회복을 향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는 모든 보험을 해지하고 위험에 각자 대비하는 사람처럼 살아야 한다. 더 처절하게 경쟁하고, 노력해도 내 한 몸 건사하는 사회가 이어질 것이다. 한 번 깨진 믿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적극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못했던 복지 시스템을 두고 개인을 탓할 순 없다. 돌아오지 않는 품앗이에 선뜻 참여하려는 사람도, 보장되지 않는 보험에 매달 보험료를 납부하려는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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