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팔고 뉴딜 투자, 공제회 가이드라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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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팔고 뉴딜 투자, 공제회 가이드라인 ‘논란’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1.01.2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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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국가경제자문회의 개최… ‘부동산 자금의 뉴딜금융 전환’ 논의
與, 연기금·공제회 부동산 투자 비중 축소 권고
난감한 공제회들, “저금리시대 부동산 막으면 어디에 투자하나?”
시장자율성 해치는 과도한 간섭, 투자결정 공제회에 맡겨야
관계부처합동 '한국판 뉴딜' 홈페이지에, 뉴딜정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당정은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에게 부동산투자 비중 축소를 권고하고, 한국판뉴딜 투자를 독려할 방침이다.
관계부처합동 '한국판 뉴딜' 홈페이지에, 뉴딜정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당정은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에게 부동산투자 비중 축소를 권고하고, 한국판뉴딜 투자를 독려할 방침이다.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정부 여당이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의 부동산 투자 비중을 낮춰서 이 자금이 한국판 뉴딜 투자로 이어지게 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부동산 투자자금 쏠림 현상이 심각하며, 기관투자가들의 자산운용지침 수정을 권고해 이 돈을 정부가 미는 ‘뉴딜정책’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공제업계에서는 ‘지나친 간섭’이란 불만이 나온다. 저금리 시대에 채권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고, 주식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동산 투자를 막는 것은 ‘권한 남용’이란 지적이다.

부동산 팔고 ‘한국판 뉴딜’에 투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0일 국회에서 국가경제자문회의를 열고 ‘시중 부동산 자금의 뉴딜 금융 전환’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자산운용지침 수정을 권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 유동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이 지속되자 이 자금이 기업 투자로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판 뉴딜 성공을 위해 정부가 연기금·공제회 자금을 강제 동원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국내 상업용 빌딩 가격이 지나치게 오른 점을 언급하며 “상당한 버블이 시작되고 있다. 선제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금융시스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늘어난 유동자금이 손쉽게 수익을 거두고자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과다하게 쏠리고 그로 인한 불필요한 자산 가치 상승이 유발되지 않도록 강도높게 제어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연기금 및 공제회가 부동산 투자금을 회수해 ‘한국판 뉴딜’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연기금, 공제회, 대기업 등이 투자하는 오피스빌딩은 최근 공실률이 늘어나고 임대료 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가격은 서울 강남 기준으로 2년 동안 35%나 뛰었다”며 “금융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연기금 및 공제회는 이를 자산운용지침 등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과가 나오려면 시장의 금융자금이 빨리 (한국판 뉴딜)에 투자돼야 한다. 연기금 및 공제회가 부동산에 과다 투입한 부동산금융을 뉴딜금융으로 바꿔가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은 앞으로 기관투자자들이 뉴딜 펀드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장기투자 허용, 초과수익 우선 배분, 손실 우선 보전 등 선택적 인센티브제, 투자위험 완화 등의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 공제회의 자산운용 현황. 대체투자 비중이 50%를 넘고 이 중 상당부분이 부동산 투자에 사용되고 있지만,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투자에 제약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한 공제회의 자산운용 현황. 대체투자 비중이 50%를 넘고 이 중 상당부분이 부동산 투자에 사용되고 있지만,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투자에 제약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저금리시대, 부동산 막으면 어디에 투자하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공제회들은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저금리 시대에 채권 투자 수익률 등이 낮아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부동산 투자를 막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당정과 공제회와의 사전 교감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주요 공제회들은 대체투자(부동산 포함) 비중을 높여나가는 추세다. 주요 공제회의 2019년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행정공제회는 자산 14조3015억원 중 대체투자에 가장 많은 7조8067억원(54.6%)을 투입 중이고, 소방공제회 역시 자산 1조699억원 중 대체투자에 2201억원(21%)을 사용하고 있다.

경찰공제회는 대체투자에 1조5347억원(총 자산의 51.1%)을 투입했는데, 이 중 부동산투자는 7905억원에 달했다. (국내 3326억원, 해외 4579억원)

군인공제회는 자산 11조5779억원 중 부동산에 3조1564억원(27.2%), 대체투자에 2조2312억원(19.3%)을 투입했다.

A공제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가이드라인이 나온게 없어서 기존 방식대로 자산운용을 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지시가 내려오면 그때 관련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진표 의원의 ‘금융자금이 부동산에 묵여있어 기관투자가의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에는 “모든 투자는 자산운용위원회, 투자심의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을 거쳐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 조합원의 자금을 굴리는 입장이기 때문에 만일 뉴딜펀드의 윤곽이 나오더라도 수익률이 낮으면 자산을 투입할 수 없다. 반대로 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라면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공제회 관계자 역시 “정부가 부동산 투자 가이드라인을 세운다는 점은 부담스럽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게 아니라서 공식 입장은 없다. 정부에서 ‘이렇게 해라’ 지시가 떨어지면 그때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C교수는 “공제회나 연기금 특성상 정부 정책을 따를 수 밖에 없는데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시장자율성을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코로나19로 자산운용 방안이 마땅치 않은 공제업계 현실을 반영해 최소한의 개입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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