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보험라이프] 공짜 보험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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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공짜 보험도 있나요?
  • 이루나 sublunar@naver.com
  • 승인 2021.01.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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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이루나] 새해 초 눈이 많이 내렸다. 한파도 함께 몰아닥쳤다. 매일 코로나 확진자 안내 문자만 받아보다 폭설 관련 안내 문자를 받으니 낯설다. 집에 갇혀 있던 아이들은 참지 못하고 하얗게 변한 놀이터로 뛰쳐나왔다. 코로나, 폭설, 한파가 겹친 재난 상황이지만, 아이들은 안중에 없다. 소복소복 내리는 눈이 마냥 즐겁다. 아이와 함께 눈밭에서 한참을 뒹굴고 몸이 으슬으슬해질 때쯤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 외투에 들러붙은 눈을 털어주다 보니 엘리베이터 벽면에 붙은 게시물이 눈에 띄었다. 구민 생활 안전보험이 21년에도 갱신되었다는 구청 안내문이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소식지를 간단히 훑어보았다. 필자가 거주하는 동대문구 주민이라면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자연재해, 화재 폭발 등 재난 사고, 대중교통 및 스쿨존 사고에 대한 피해가 보장된다.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가입되고, 최대 1000만원까지 보험금이 지급된다고 한다. 주목할 점은 공짜라는 점이다. 공짜 보험이라니. 하늘에서 공짜로 내린 눈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좀 더 살펴보니, 20년 기준 162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민을 위한 안전보험에 가입하고 있었고, 보장 내역과 보장 금액도 대동소이하다. 최근 몇 년간 표준화된 지자체 안전 보험이 트렌드가 된 듯하다. 동대문구에서는 19~20년, 2년 동안 7명이 보험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숫자지만 불행한 재난을 겪고 도움을 받은 사람이 있다니 다행이다. 내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보험이니 실상 공짜는 아니지만,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안전망이 하나 더 생긴 듯해 든든하다.

다만 지자체마다 가입한 보험사가 제각각이고, 본인이나 법정상속인이 해당 보험사로 직접 청구를 해야 한다는 점은 아쉽다. 모르면 못 챙겨 먹는다는 얘기다. 사고를 겪으면 경황이 없어 당장은 어렵겠지만, 사고 발생일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하면 되고 개인이 가입한 보험과도 중복 수령이 된다고 한다. 최근에 내린 폭설도 자연재해에 포함되지만, 부상이나 후유장해는 제외하고 사망만 보장된다고 한다. 눈싸움도 적당히 해야겠다. 보험도 좋지만, 안 다치는 것이 최고다.

법과 제도, 보험과 공제를 통해 사회 안전망은 촘촘해져 가지만, 미래의 불확실성도 함께 커져만 간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AI 챗봇의 인격과 윤리 문제가 사회 이슈로 대두되고, 디지털 화폐의 가치가 널뛰기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앞으로 생각지도 못한 재난들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만약 로봇이 실수로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 얘기가 아니다. 몇 년 전 벌어진 테슬라 자율주행차 사망사고는 기술 규제, 법적 책임과 관련해 새로운 논란거리를 안겨다 주었다. 지자체의 생활 안전보험도 디지털 사회에서 대두되는 여러 리스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차츰 진화해야 할 것이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지만, 먹지 못할 그림의 떡은 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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