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생명보험으로 취약계층 위험관리 필요
상태바
신용생명보험으로 취약계층 위험관리 필요
  • 이경희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영학부 교수 khlee@smu.ac.kr
  • 승인 2021.01.1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공제신문=이경희 교수] 현 정부 출범 당시 첫 번째 금융감독혁신 과제는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었다. 가계대출 증가율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함으로써 금융권 가계부채 총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구상이었다.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 가계부채 문제는 어찌 되었을까?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가계대출 규모는 2017년 1370조원에서 2020년 3분기 1586조원으로 대략 216조원 증가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890조원(56%), 신용협동조합을 통한 대출은 34조 5000억원(2.2%) 수준이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위험요인이지만, 대출이 꼭 필요한 사람이 이를 잘 활용할 경우 긍정적 효과가 존재한다. Delis외 3인의 연구자가 유럽은행의 대출신청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출을 승인받은 자가 거절당한 자에 비해 1년, 3년, 5년 후 소득증가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출이 필요한 사람에게 신용을 제약하면 경제적 계층이동이 어려워져 불평등 해소에 바람직하지 못함을 시사한다.

이런 측면에서 신용생명보험(credit life insurance)은 보유한 자산이 적은 개인의 신용제약을 다소나마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수단이다. 채무자가 사망하거나 장해상태 또는 실직상태가 되어 채무변제를 못하게 되었을 때 채권자인 대출금융기관이 보험금을 수령함으로써 채권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 거절을 줄일 수 있다. 이 시장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주로 단체보험 방식으로 가입하기 때문에 개인보험에 비해 완화된 언더라이팅 기준을 적용한다. 따라서, 개인 자격으로 정기보험이나 소득보상보험을 구입할 수 없는 경우에도 가입할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언더라이팅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개인보험에 비해 요율이 높고, 특정 연령(예: 60세, 65세) 도달 시 계약이 자동 종료된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신용생명보험이 단체생명보험 계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 수준이며, 보유계약금액도 189조엔에 달한다. 단체신용생명보험의 효시는 1917년 미국이지만, 1960년대 일본으로 건너가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것이다. 특히 주택취득이나 주택 건축용 토지취득을 위한 금융기관 대출과 결합되어 효용성이 높아졌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채무자가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으로 대출금을 변제하는 것이 기본형이며 여기에 3대 질병(암, 급성심근경색, 뇌졸중)이나 8대 질병, 고도후유장해 담보를 특약으로 부가할 수 있으며, 피보험자도 1인 외 부부형도 가능하다.

우리나라 가계 중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비중은 2018년 기준 18.4%에 달하며, 금융기관대출 보유 비중도 11.1%에 달한다. 주택담보대출의 약정 만기기간은 30년 이상이 40%를 넘어서기 때문에 부채상환 기간 동안 채무자가 사망, 질병, 상해, 실업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신용생명보험을 활용한다면 장기부채를 보유한 가계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신용협동조합은 상부상조 정신에 입각하여 모든 차입자를 단체신용생명보험에 가입시키고, 조합에서 보험료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전미신용협동조합(Credit Union National Association)의 경우 처음에는 채무자가 선택하는 임의가입 방식이었으나 단체 일괄가입 방식으로 전환했다. 채권자인 신용협동조합이 보험 비용을 흡수해서 모든 차입자에게 단체신용생명보험을 제공한다.

앞서 언급한 유럽은행 차입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빈곤탈출의 사다리 역할을 하는 꼭 필요한 대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들의 상환능력을 높여주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단체신용생명보험은 효용성을 갖는다. 우리나라도 협동조합이 먼저 이런 상품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