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보험라이프] 마음 놓고 아플 권리
상태바
[2030보험라이프] 마음 놓고 아플 권리
  • 최미주 cmj7820@naver.com
  • 승인 2021.01.07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최미주]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월급 통장 비밀번호’

대학생 때 수술 하루 앞둔 아버지가 병실 침대맡에 써둔 메모였다. 큰 수술 앞둔 상황에서도 아버지란 존재는 마음대로 아플 수 없었다. 혹시나 잘못될 경우 남은 처자식 생계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본인도 무서우면서 자식까지 챙겨야 하는 심정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수술 후 아버지는 병원에 오래 머물러야 했다. 아버지 수입이 없어지면 휴학을 해야 하나, 어린 마음에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어머니가 3년 전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보험에 가입한 덕에 큰 걱정 없이 치료 받을 수 있었다.

병원에 있는 와중에도 아버지는 걱정이 많았다. 자기 때문에 회사 일에 차질이 생긴 건 아닌지, 가족들이 고생하는 건 아닌지 책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루 빨리 완치되는 것만 바라야 하지 않나?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지? 어린 마음에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나도 직장에 다니고 해야 할 일이 생겼다. 학원에서 일하면서 아이들 시험 기간마다 홍삼, 비타민을 챙겨먹고 감기에 걸리지 않길 바란다. 혹시 나 때문에 학생들 성적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되기 때문이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려고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고, 손소독제도 자주 바른다. 주변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개인적으로도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할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어느덧 나도 아픈 것보다 아픈 이후 여러 위기들을 무서워하는 겁쟁이 어른이 되어 간다. 가끔 비타민을 악착같이 챙겨 먹는 자신을 보며 일하는 기계인가? 하는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어릴 때와 달리 나이가 들수록 맘 편히 아플 권리마저 포기하게 되는 것 같다.

“보험 가입할 때 사망 보험금은 최소화해라. 보험비는 오롯이 아픈 사람 병 고치는 데 쓰는 거란다. 세상 떠난 사람 앞으로 남은 돈이 무슨 소용 있겠니.”

보험 가입 때마다 어머니가 자주 하던 말이다. 간혹 남편이 아내 사망을 조작하여 보험비 챙긴 뉴스를 볼 때 어머니 말이 생각난다. 부부, 자식 간의 사랑마저 자본에 의해 퇴색되어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잠잠하던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2021년이 시작됐다. 각종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아픈 것보다 경제를 더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무심하게 느껴진다. 보험이 제 기능을 발휘해 누구나 마음껏 아플 권리를 보장해줬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이 세상 모든 가장들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지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