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결국 누군가에게 보험을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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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결국 누군가에게 보험을 드는 것이다
  • 방제일 zeilism@naver.com
  • 승인 2020.12.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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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방제일] 살면서 보험의 혜택을 본 일은 거의 없다. 다행히도 암에 걸리지 않았고, 크게 아픈 곳이 없어서다. 휴대폰 보험도 스마트폰을 바꿀 때마다 들지만 사용해 본 이력이 없다. 꽤 많은 보험비를 냈지만 그 혜택은 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낸 비용이 손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보험에서는 손해를 안타까워하지만, 인간관계에서는 금전적 손해를 자처하는 편이다. 평소 연락 한 번 없다 술에 고플 때, 사람이 고플 때만 연락하는 친구와의 만남.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 나를 찾은 걸 알고 있기에 못 이기는 척 술과 밥을 사준다. 즐거웠던 술자리의 끝에 계산의 어색함이 남았을 때 그 불편함을 못 참아 먼저 나서 계산하곤 했다.

가족들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가족한테는 누구보다 인색하면서, 밖에서는 한없이 헤픈 나를 이기적이고 이중적인 인간이라 힐난했다. 맞는 말이다. 이런 내가 가끔은 역겹게 느껴지기도 했으니까.

몇 번은 돈을 빌려줬다 못 받기도 했다. 간이고 쓸개고 내줄 것 같던 친구는 연락이 끊기기도 했다. 상관없었다. 그래도 그들이 언젠가 내가 필요할 때 도와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

누가 말했을까. 결혼하는 순간이 인생채점표를 중간점검하는 시간이라고. 결혼을 앞두면 인간관계가 크게 정리된다. 주변 사람들 중 청첩장을 꼭 줘야하는 사람, 청첩장을 줘도 괜찮을까 고민되는 사람, 청첩장을 주지 않을 사람으로 분류된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올해 결혼했던 이들에게는 보다 심각한 고민이었을 것이다. 내가 그랬다. 인원 수 제한에 걸려, 결혼식을 연기할지 강행할지 갈팡질팡했다. 그래도 강행하고 결혼식 날이 밝았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축의금을 내게 전달했다.

누군가에게는 채무로 남을 축의금, 누군가에게는 채권이었던 축의금을 받으며 많은 상념에 잠겼다. 그렇게 정신없었던 결혼식이 끝났다.

결혼식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갑자기 녀석에게서 연락이 와 있었다. 녀석은 언제부턴가 연락을 안 하던 친구다. 어쩌면 금전관계로 엮여 서로 연락을 안 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결혼식인데 안 불러서 서운하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했다. 나는 녀석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짤막한 대화 이후 녀석은 메신저 송금 기능을 통해 원금에 이자까지 더한 축의금을 내게 전달했다.

나는 그 돈을 받지 않았다. 만나서 직접 달라는 말을 했다. 녀석은 알겠다며 조만간 만나자고 말했다.

돌고 도는 돈처럼 결국 삶이란, 좋든 싫든 위험을 감수하며 누군가에게, 어딘가에 보험을 드는 일이란 생각이 최근 많이 든다. 그리고 살면서 나는 수많은 보험을 들며 살아가고 있다.

하루, 한 순간, 어쩌면 매 순간 그 보험료를 내기도 하고, 또 보험금을 받기도 한다. 그러니 부디 지금 내는 보험금이든, 술값이든 아까워하지 말자. 가끔 손해보는 듯한 기분이 들겠지만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당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니까.

언젠가는 분명, “든든한 내 편 하나”, “국민의 평생 희망파트너”란 어느 손해보험사들의 슬로건과 같이 지금 만나고 있는 그들이, 당신이 내고 있는 인생보험료가 당신이 정말 필요한 순간 든든한 당신의 편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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